천상(天上)의 향기 2.

- 불타는 벽궁세가 2 -

연무장에서는 지옥의 한 장면 같은 참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인들은 모두 알몸으로 사내들에게 처절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어떤 여인에게는 세 명의 사내들이 한번에 달려들어 여인을 능욕하고 있었고 어떤 여인은 앞뒤로 사내들에게 유린당하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들은 치육과 고통에 서서히 정신을 잊어갔고 사내들은 정신을 잃고 쓰려진 여인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더러운 욕망의 찌꺼기들을 그녀의 안에 토해냈다.

부대장은 앞에서 달려가는 소년이 눈에 거슬렸다. 

“27호 저놈을 처리하라 와라.”
“예~ 알겠습니다.”

27호라 불린 흑의인을 남기고 부대장과 나머지 흑의인은 앞으로 달려갔다.
27호라고 불린 흑의인은 아군의 앞에 떨어진다.

“날 원망하지마라.”

27호의 검이 아군의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숨이 턱까지 차서 헉헉거리며 달려오던 아군은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더니 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검은 아군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가고 아군은 벌떡 일어나며 27호의 환도혈(허벅지에 있는 혈도)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전혀 아군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27호는 아군의 주먹에 환도혈을 맞고 비틀거린다. 27호는 황당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아군의 목을 향해 검을 날렸다. 아군의 허리가 굽혀지는 것과 동시에 27호의 상곡(아랫배), 단전(아랫배), 단중(아랫배)를 향해 삼권을 날린다. 아군의 주먹은 내공이 실리지 않아 위력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속도와 날카로운 맛에 있어서는 일류고수가 부럽지 않았다. 27호는 깜짝 놀라서 아군의 주먹을 피하고자 몸을 피하지만 이미 아군의 주먹은 27호의 뱃가죽에 깊숙이 박힌 후였다. 27호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비틀거리며 뒤로 몰려났다. 다행이 무술로 다져진 몸이라 아군의 주먹에는 쓰려지진 않았지만 속이 울렁거리고 고통이 밀려왔다. 그때 아군의 몸이 날아오르며 흑의인의 뱃가죽을 걷어차며 공중으로 솟구쳐 무릎으로 27호의 턱을 가격해 버렸다. 27호는 배가 가격당해 입을 벌리고 있다가 턱을 가격 당하자 재수 없게도 턱이 날아갔고 하팔이면 이빨 중간에 혀가 끼어 혀가 잘리며 피를 토하며 뒤로 넘어갔다. 세가의 무사들도 상당하지 못하던 흑의인 한명이 아군에게 허망하게 당한 것이다. 아군은 쓰려진 27호의 검을 들고는 아가씨의 뒤를 따른다.

부대장은 소녀를 업은 놈을 향해 장력을 발출했다. 부대장의 손에서 하얀 기류가 형성되며 앞서 달려가는 무사의 다리를 향해 날아가고, 무사는 다리에 부대장의 장을 받고는 바닥을 구른다. 그때 무사의 등에 업혀있던 아가씨도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차피 죽을 놈 때문에 고생깨나 하는군. 저 새끼 난도질 해버려.”

부대장은 옆에 있던 흑의인들에게 명령하고 바닥에 쓰려진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끙~ 여기가 어디야.”

소년은 떨어지는 충격에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부대장은 바닥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얼굴과 몸매를 살펴보더니 얼굴 근육을 씰룩거리며 징그럽게 웃었다.

“그년 소문대로 미색이 대단하군. 나중에 일이 어떻게 되더라도 한번쯤 품어보고 싶은데. 쩝~ 그녀 참~~”

부대장의 말과 시선을 느낀 소녀는 몸에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징그러운 느낌이 들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놈들은 누구냐. 그리고 여긴 어디지.”
“크아아아악~”

사내의 대답보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먼저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보자 옆에 4명의 사내가 세가 무사한명을 도륙하고 있었다. 무사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흑의인 하나가 무사의 가슴에 밟고 있었다.

“우두둑~”
그녀의 귀까지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려졌던 무사의 눈이 커지며 눈알이 튀어 오르고 입에서는 비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고개가 꺾었다. 그대로 죽은 것이다.

“우리가 누구냐고........곧 죽을 년이 그건 알아 뭐해.”
“이.........이런.........네놈들이 누군데 이런 악행을 저지르는 거냐. 하늘이 무섭지 않단 말이냐.”
“킥킥킥~ 어린년이 별소릴 다하는군. 자 조용히 우릴 따라가자.”
“이놈들 용서치 않겠다.”

소녀는 허리에 있던 검을 빼어들며 자세를 취했다. 자세가 안정된 것이 그런대로 정식으로 무술을 배운 모양이다.

“고년........곱게 데려갈려 했더니 안 되겠군. 23호 저년을 제압해”

23호라 불린 흑의은 검을 검집에 넣고 소녀에게 다가갔다. 대장에게 상납할 년이라 몸이라도 상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일이라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보기에는 닭 한 마리 못 잡을 정도로 연약하게만 보이는 소녀의 검이 23호를 향해 날아왔다. 23호는 대수롭지 않게 소녀를 팔목을 잡으려 금나수를 실천했다.

“23호 피해. 매화검법이다.”

부대장이 깜짝 놀라 23호에게 외쳤지만 이미 23호의 양쪽 팔목이 소녀의 검에 동강난 다음이었다.

“크아아악~”

23호가 비틀거리자 소녀의 검이 23호의 목을 날려버리고 23호는 머리통이 날아가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뒤로 넘어갔다. 소녀는 23호를 처리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살인을 처음 하는 것이었다. 손목에 묵직한 느낌과 더불어 상대방의 양팔과 목이 날아가며 피가 자신의 얼굴을 튀니 그녀는 정신이 멍하고 손이 떨떨 떨리는 것이었다. 심장은 벌렁거리고 머릿속에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지 자신도 자신이 알고 있는 매화검법을 실천했을 뿐이다. 만일 상대방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검에 이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다. 그런데 흑의인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녀에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저년이 화산파의 매화검법을 익히고 있을 줄이야. 어이없게 23호가 당했군. 이년 이제는 곱게 죽기는 틀렸다. 24호, 25호 저녁을 제압하라. 반항하면 죽어도 상관없다.”

24호와 25호라 불린 흑의인들은 23호가 어이없게 당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처음부터 검으로 그녀를 공격했다. 두 명의 흑의인이 검으로 소녀를 공격하자 멍하니 서있던 소녀는 몸을 비틀며 매화삼검를 펼쳐냈다. 소녀의 검이 울음을 토하고 검에서 매화꽃 같은 검영들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이미 흑의인들은 그녀의 검영들이 피하며 검을 내리치니 흑의인들의 두 자루 검이 그녀의 심장과 목을 향해 날아왔다. 소녀의 몸이 무의적으로 흔들리고 두 자루 검은 소녀의 몸을 비켜나간다. 소녀는 첫 살인에 대한 충격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지만 그녀의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그녀가 오랫동안 수련한 동작에 의해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만치 않은 년이군. 어쩌면 지아비보다 강하겠어. 25호도 공격해.”

부대장의 옆에 있던 흑의인도 검을 뽑아들고 소녀를 공격했다. 부대장은 입맛이 쓰다. 자신들이 누군가. 대 흑풍대가 아닌가? 그런 자신들이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계집을 상대로 합공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다른 세력의 귀에 들어가면 창피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를 수 없을 것이다. 부대장은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세 명의 흑의인들이 소녀를 밀어붙이자 소녀는 어깨가 베어지며 녹색 무복이 붉게 물든다. 이제 끝날 때가 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녀를 생포해서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고 싶지만 무리하며 생포하려고 하다가는 그녀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 자신들도 위험하다. 또한 또 다른 흑풍대원이 다시 다치기라도 하면 대장에게 무슨 변명을 한단 말인가? 

소녀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어깨의 상처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 검을 들고 있을 힘도 없었고 흑의들의 검이 곧이라도 자신의 몸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동원하여 흑의인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이젠 심신이 지쳐 눈앞이 가물거린다. 그대 한 자루 검이 심장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왔다.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젠 끝인가 보다. 그녀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때 몸의 중심이 무너지며 바닥을 구른다. 누군가가 자신을 감싸며 바닥을 구른 것이다.

“크윽~”

소녀는 살며시 눈을 떠본다. 그녀의 눈에 자신이 잘 아는 얼굴이 들어왔다. 바로 아군의 얼굴이다. 아군은 코끝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군........아군이구나. 네가 왔구나.”
“아가씨 다치지 않았어요. 괜찮은 거죠.”
“응~ 그런데 너..........혹시 다친 거야.” 
“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군은 아가씨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흑의인들은 멍하니 두 남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흑인들 중 누구도 아군의 접근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아군은 아무도 모르게 접근해서 위험에 쳐한 아가씨를 구했다. 한 흑의인은 자신의 검과 소년의 등을 번갈아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검이 소년의 등을 베었다. 그런데 소녀의 등은 옷만 베어져 있을 뿐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자신의 검이 녹이 쓴 것일까? 그건 아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생명을 베어버렸던 검이지 않는가?

“제가 왔으니 안심하세요. 이놈들 감히 아가씨를 공격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부대장은 소녀와 소년을 살펴보다 뒤쪽을 보았다. 자신은 분명 27호에게 소년을 처리하고 오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27호는 어떻게 되고 소년만 이곳에 도착한 것인가? 부대장의 눈에 소년이 들고 있는 검이 보였다. 그 검은 분명 27호의 검이다. 그럼 27호가 저 소년에게 당했단 말인가?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소년의 행세를 보니 분명 세가에서 잡일이나 하는 하인이다. 그런데 그런 놈에게 27호가 당했단 말인가?

“이놈. 27호는 어떻게 된 거냐.”
“날 공격하던 아저씨가 27호야. 몰라. 저쪽에서 혀가 잘려서 쓰려졌어. 지금 달려가면 구할 수 있을 거야.”
“뭐.........뭐라고........혀가 잘려. 이.......이런 빌어먹을 자식.......뭐해. 저것들을 모두 죽어버려. 아니다. 내가 직접 나서지.”

부대장은 참지 못하고 자신이 검을 빼어들고 소녀와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아군은 아가씨를 뒤로 감추고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아가씨는 비록 겁을 먹고 있었지만 아군의 실력으로는 흑의인들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앞으로 나서려 했다. 하지만 아군이 자신의 앞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설 수 없었다. 부대장은 처음부터 인정사정없이 아군을 공격했다. 검영들이 공중에 피어나며 아군의 몸을 공격한다. 부대장이 공격하자 주위에 있던 다른 흑의인들도 아군을 공격했다. 아군은 피하지 않고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아무런 초식도 없이 마구 휘두른다. 

“깡........깡..........윽~.........악~”

아군의 어깨와 배를 흑의인의 검이 베어지만 아군은 고통의 비명만 지를 뿐 쓰려지지 않고 아가씨를 보호하고 있었다. 흑의인은 뒤로 물러나 입을 벌리고 있었다. 너무나 황당한 현실에 할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소년의 어깨와 배는 검에 의해 베어져 있지만 소년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부대장은 할말이 없었다. 무림인들 중에 철포삼이니 금종보니 하는 외문기공을 익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지만 그런 무술을 익힌 사람이라도 도검불침(刀劍不侵)의 경지까지 수련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년이 도검불침의 경지에 오른 고수란 말인가? 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철포삼이나 금종보는 극기의 인내력과 오랜 수련기간이 없으면 익히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무공이다. 그런데 이제 잘해야 15살이나 먹는 꼬마가 그런 무술을 익히고 있단 말인가? 

아군은 흑의인들의 검에 맞은 부위를 잠깐 만져보더니 흑의인들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아군의 검이 어리아이가 작대기를 휘두르는 것처럼 아무런 초식도 없이 흑의인들을 향해 날아왔다. 흑의인들은 피식 웃으며 소녀의 검을 피했다.

“이놈은 아무래도 몸은 무쇠 같아도 무공은 형편없는 놈인 모양이다. 모두 한번에 덮쳐. 검보다는 권장(拳掌)으로 박살낸다. 아무리 몸뚱이가 튼튼해도 속까지 단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부대장의 말에 흑의인들은 아군의 검을 피하며 권과 장으로 아군을 공격했다. 아군의 몸에 무수한 주먹들이 날아오니 아군의 몸이 흐느적거리며 휘청거린다. 흑의인들의 권장은 아군의 이상한 몸놀림의 반 이상이 빗나가고 그나마 소녀의 몸에 맞은 주먹도 아군이 몸을 비틀자 아군의 몸을 스치듯 지나간다.

“아군. 검을 버리고 주먹으로 상대해. 내가 도와줄게.”

아가씨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아군과 함께 흑의인들을 합공했다. 아가씨의 검에서 매화검법이 터지고 흑의인들을 공격하고 검을 버린 아군도 주먹으로 흑의인들을 공격하지 흑의들은 이들을 가볍게 상대하지 못하고 둘을 포위하체 파상공세만 취하고 있었다. 아군의 권법은 무림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상한 권법이었다. 어찌 보면 꼭 원숭이의 몸놀림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곰의 몸놀림 같기도 하다. 부대장은 하늘을 보았다.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빨리 끝내고 본대로 귀환해야 한다. 이대로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 없다. 

“뭐해. 일제히 공격해. 상대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들이란 말이야.”

부대장의 고함소리에 흑의인들은 일제히 아군과 아가씨를 공격했다. 흑의인의 검이 아군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한 흑의인의 벽공장이 아군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흑의인들도 이젠 생명을 돌보지 않고 공격하니 아무리 아군의 몸놀림이 유연해도 그들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 없었다.

“크으윽~”

흑의인들이 쳐낸 권 하나가 아군의 배를 강태하고 아군은 피를 한사발이나 토하며 뒤로 날아간다. 그 와중에 똑 다른 흑의인의 검이 아군의 어깨를 베어 버린다.

“크아아악”

하지만 아군을 공격했던 흑의인들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아군의 뒤에 있던 아가씨의 검이 번쩍이며 흑의인들의 팔과 가슴을 베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흑의인들은 비틀거리는 아군을 향해 연속으로 권과 장을 날렸다. 아무리 아군의 몸이 단단해도 내장까지 보호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군은 속이 진탕되며 서서히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바닥에 쓰려진 아군의 입에서는 하염없이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아가씨는 아군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 달려갔다. 흑의인들은 소녀를 보호하던 아군이 쓰려지자 소녀를 공격했다. 두 자루 검이 소녀의 머리와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검들이 막 그녀의 가슴과 머리를 난도질하려는 순간 바닥에 쓰려진 아군이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몸으로 달려오는 아가씨의 몸을 감싼다. 아군의 등과 어깨가 검에 베어지며 아가씨와 함께 바닥에 쓰려진다.

“독종새끼. 죽어라.”

흑의인들은 악에 받쳐 아군의 등에 장을 날렸다. 

“펑.........펑.........크윽~”
“아군..........아군.........정신 차려..........아군.........죽으면 안돼”

바닥에 쓰려진 아가씨는 움직이지 않는 아군을 흔들어보지만 아군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아가씨에게 날아온 검을 자신의 몸으로 막은 것이다. 흑의인들은 아군이 축 늘어지자 아군의 옆구리를 걷어차 버렸다. 아군의 몸은 힘없이 날아가 바닥을 굴려갔다. 완전히 죽은 모양이다. 

“악종 새끼 다시 깨어날라.”

부대장은 아군이 다시 일어날까봐 겁이 나서 겁을 세워 아군의 심장을 향해 내리 찍었다. 검은 아군의 심장을 파고들며 검은 피가 분부처럼 솟구친다. 아군의 몸이 한번 꿈틀거리더니 곧 축 늘어져 버린다.

“이제야 확실하게 죽은 모양이군. 정말 끈질긴 놈이었어. 이제 그년도 죽어버려.”

흑의인들은 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바닥에 쓰려져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이미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지쳐버린 소녀는 흑의인들의 검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도 움직일 줄 몰랐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그녀도 눈을 감았다.
그때 갑자기 아군의 몸이 뿌연 연기에 감싸이며 벌떡 일어났다. 아군은 그대로 아가씨를 공격하는 흑인들에게 빛처럼 날아가 흑의인들의 목을 잡고 꺾어버렸다. 

“우두둑”

흑의인들의 목에서 뼈가 부려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흑의인은 혀를 길게 빼내고 절명해 버렸다. 아군은 다시 한명의 목을 잡아 비틀어 버린다. 그는 두 명의 흑의인의 목을 부러트리고 또 다른 흑의인의 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크아아악~”

아군의 주먹은 흑의인의 몸을 관통하여 가슴을 뚫고 나왔다. 아군이 주먹을 빼는 것과 동시에 그는 바로 부대장이란 놈에게 날아갔다. 그건 달려갔다는 표현보다 날아간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아군의 몸은 희미한 연기에 쌓여 귀신처럼 날아서 부대장에게 접근했다.

“이........이게 뭐야..............귀신이다.”

부대장은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치지만 아군의 손에 목을 잡혀 힘없이 꺾이며 그대로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흑의인은 아군의 모습에 덜덜 떨고 있다가 아군의 손에 머리통이 박살나면 뒤로 넘어갔다. 아군은 주위를 돌아보더니 더 이상 적이 없자 그대로 바닥에 쓰려져 기절해 버린다. 아가씨는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아군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녀도 정신의 끈을 놓고 기절해 버렸다. 

세가에 있던 대장은 부대장과 4명이 새벽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다른 흑의인을 시켜 주위를 수색하게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수색을 나갔던 흑의인들이 돌아왔다.

“대장........아무래도 멀리 간 것 같습니다. 세가 주위에는 없습니다.”
“날이 밝으면 곤란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군. 모든 흔적을 지우고 철수하도록 한다.”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흑의인들은 연무장에 흐느적거리며 누워 있는 여인들의 목을 베고 세가에 불을 지르고 벽궁세가를 벗어났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어느 날...........중원무림의 변방에서 일어나 한 세가의 참사는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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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향(睿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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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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