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48(수혜 그녀는......)-2

십이사를 태운 배가 탁장하를 따라 상류로 이동한다. 술을 마시고 잠들었던 아군이 깨어나 보니 배는 어느덧 탁장하의 상류에 도착해 있었다. 십이사들이 목적지까지 도착한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이제 이곳에서 하선하여 양천을 거쳐 무림맹으로 향해야 한다. 심한 폭설로 인해 육로를 이용하는 오향의 발걸음도 느려졌을 것이다. 십이사들은 배에서 하선했다. 

“날도 어두워졌고, 폭설도 그칠 기미가 없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내일아침에 출발하도록 하죠.”
“오향이 따라오지 않을까?”
“그들은 육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두 명도 아니고 대단위부대라 이런 폭설에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마수의 말에 십이사들이 수궁하는 분위기다. 오향도 이런 폭설에서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십이사들은 폭설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다행이 강과 멀지 않은 곳에서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동굴이라면 최소한 비바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동굴 안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무척 넓어서 십이사들이 모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였다. 십이사들 중에서 여자들은 동굴에 남고 남자들은 불을 피울 나뭇가지와 먹을 만한 것을 구해오기로 했다. 남자들이 동굴을 떠나자 궁아라는 수혜를 찾아보았다. 수혜는 멍한 눈빛으로 한쪽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궁아라는 수혜를 두고 곽지향과 유미림과 함께 지저분한 동굴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하루 밤 머물다가 갈 장소지만 동굴이 너무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유미림이나 곽지향은 수혜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궁아라가 눈짓을 보내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수혜에게 무슨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대충 동굴 청소가 끝났다. 이제 각자 준비해온 모포로 잠자리를 마련하면 끝난다. 여자들은 평평한 곳을 골라 모포를 깔고 잠자리에 준비를 끝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궁아라는 수혜의 겉으로 다가갔다.

“수혜님”
“........................”
“수혜님.”

궁아라가 큰소리로 수혜를 부르자 수혜가 고개를 들어 궁아라를 올려다본다. 수혜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다. 아직도 스스로의 감정을 추수이지 못한 모양이다. 궁아라는 수혜의 겉에 앉았다.

“다른 말씀은 드리지 않을게요. 수혜님은 흡정마녀의 무공을 직접 연성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연적으로 연성되어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흡정마녀의 무공 중 소녀미혼공이나 다른 무공과는 달리 흡정공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상대의 내공과 정기를 흡수할 수도 있고 아니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죠. 즉~ 나의 내공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직접적인 관계를 하지 않고도 흡정이 가능한 방법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궁아라의 전음이 수혜의 귀에 파고들었다. 동굴에 곽지향이나 유미림도 있었기 때문에 전음으로 전한 것이다. 수혜의 안면 근육이 뒤틀리며 궁아라에게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이내 입술을 깨물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앞으로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겁니다. 아군을 잘 부탁해요. 조금 멍한 구석도 있고 못생긴 녀석이지만............마음만은 세상 누구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놈입니다.”

수혜의 전음이 궁아라의 귀에 파고든다. 수혜는 동굴 밖으로 걸어간다. 답답한 동굴이 싫었다. 어쩌면 가슴이 답답했는지도 모른다. 동굴을 나서는 수혜의 뒷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궁아라는 수혜의 마지막 말에 가슴 찡한 충격을 받았다.(저도 알아요. 그래서 아군을 사랑합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모든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하는데.......미안합니다.) 지금도 수혜는 아군을 사랑하며 그를 걱정하고 있다. 아직 아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10년을 넘게 가슴에 품고 있었던 사람을 어떻게 한순간에 잊을 수 있겠는가? 궁아라는 수혜를 잡지 않았다. 그녀 나름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군은 다른 남자들과 동행하고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장기에게 눈길이 향했다. 장기는 몸을 움츠리며 추위에 떨며 걸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장기는 빙마관을 출관한 사람으로 빙공계열의 무공을 익힌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만한 추위에 떨고 있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군은 장기의 겉으로 다가갔다.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습니까?”
“으~~~ 아닙니다. 조금 추워서 그래요.”

장기가 춥다고 한다. 몸이 안 좋은 모양이다. 장기를 바라보는 아군의 눈빛이 복잡하다. 아가씨는 자신을 버리고 장기를 선택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장기는 아가씨의 남자가 된 것이다. 장기가 아프면 아가씨가 슬퍼할 것이다. 아가씨의 남자를 고생시킨 순 없다.

“불편하시면 먼저 동굴로 돌아가세요.”
“아.......아닙니다. 다들 고생하는데 저만 빠질 순 없죠.”
“괜찮아요. 우리끼리 할 수 있어요. 앞으로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데 몸이 불편하시면 큰일입니다.............다른 분들도 괜찮죠.”
“그래~ 한사람이 아쉬운 판에 아프면 큰일이다. 돌아가서 쉬어. 나뭇가지 줍는 거나 들짐승 몇 마리 잡은 거야 우리끼리 해도 충분하다.”

도치나 다른 사람도 아군의 의견에 별반 이견이 없었다. 장기는 다른 사람들이 권하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동굴로 발길을 돌렸다. 정말 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장기의 걸어가는 품이 무척이나 위태롭게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장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아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장기를 보더니 다시 길을 나선다.

장기는 수혜와의 정사 후 내공이 절반이상 줄어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수혜의 아름다움 뒤에 그렇게 무서운 가시가 숨어있을 줄도 꿈에도 몰랐다. 수혜는 마치 장사 후 암컷을 잡아먹는 사마귀 같았다. 아마 궁아라가 말리지 않았다면 자신은 모든 정기를 갈취당하고 차가운 시체로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걸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수혜와의 일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는가? 먼저 수혜를 유혹한 것도 자신이며 수혜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도 자신이다. 수혜의 유혹에 앞뒤 가리지도 않고 달려든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동굴이 가까워진다. 동굴 안에 수혜가 있을 것이다. 그녀와 마주친다는 것이 무섭다.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걱정된다. 다시 수혜가 유혹하면 자신은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만큼 수혜가 풍기는 요사한 기운은 거부할 수없는 유혹이었다. 장기가 동굴 입구에서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데 수혜가 걸어왔다. 장기는 고개를 숙인다. 심장이 뛴다. 수혜가 무섭다. 수혜를 바라볼 용기가 없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수혜는 장기를 힐긋 보더니 그의 겉을 스치듯 지나간다. 장기의 긴장이 조금 풀린다. 수혜가 말없이 지나간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어제 일은........................잊어버리세요.”

차갑다. 평소 수혜 목소리와 다르다. 장기는 뒤를 돌아본다. 수혜는 눈발을 밟으며 어둠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어디로 가는 거죠.”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싸움이 무서워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요........휴~ 그냥 답답해서 산책이나 하려는 겁니다.”

수혜는 어둠 속으로 걸어간다. 수혜의 마지막 말이 귀가에 맴돌았다. ‘어제 일은 잊어버리세요.’ 그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다. 그녀에게 자신이란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내공이나 갈취할 하찮은 존재였던가? 수혜는 자신에게 티끌만큼의 애정도 없었단 말인가? 자신은 그녀에게 아군을 대신할 상대조차도 되지 못했단 말인가? 자신이 한심 한다. 그녀를 잡지도 못하고 자신의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는........용기 없는 자신이 한심한 것이다. 장기는 쓸쓸하게 웃으며 동굴로 향했다. 차라리 잘됐다. 마음 졸이며 그녀를 품고 있기 보다는 자신이 그녀에게 얼마나 하찮은 존재였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이젠 그녀를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지 않는가?

폭설이 와서 그런지 들짐승을 찾기 보기 힘들다. 다리가 무릎까지 눈 속에 푹푹~ 박히고 어떤 곳은 허리까지 들어간다. 이런 상태에서 들짐승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들짐승들도 자취를 감춘 모양입니다. 그냥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뭐야.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잔 말이야. 그럼 오늘도 말라비틀어진 건량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잖아.”
“대충 배나 채우고 쉬자. 다들 피곤해 하잖아.”
“싫다. 건량 먹어서 간에 기별이라도 가냐. 나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잡아야겠다.”
“그래 잘 생각했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베어야지.”

마수의 말에 도치와 악무룡이 반발한다. 도치 같은 거대한 덩치가 이틀 동안 건량만 먹었으니 당연히 반발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악무룡도 도치와 같은 의견인 모양이다. 어릴 적에 산에서 생활했던 아군이 보아도 이런 날씨에 들짐승을 잡는 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만 돌아가자. 내일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는데 밤새도록 돌아다닐 거야.”
“나는 폭설 속에서 곰도 사냥한 적이 있다. 찾아보면 있을 거야.”
“맞아. 나도 건량은 먹기는 싫다. 좋아. 이렇게 하자. 다른 사람은 먼저 돌아가라. 나와 도치는 조금 더 찾아보고 갈련다.”
“고집 부리지 마. 길이라도 잊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 실족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냥 돌아가자.” 
“야야~ 내가 산적 출신이다. 산이라면 자신 있다.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끼리 먼저 돌아가. 우리가 최소한 토끼라도 잡아갈게.”

아군도 도치가 산적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도치는 평생을 산에서 보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런 폭설쯤에 잘못되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 그럼 맘대로 해. 대신 다들 걱정하니까 너무 늦지는 마라.”

아군과 나머지 십이사는 동굴로 발길을 돌렸고, 도치와 악무룡은 조금 더 야산을 수색해 보기로 했다. 도치와 악무룡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동굴에 돌아오니 장기는 한쪽구석에서 정좌를 하고 내공수련을 하고 있었고, 여인들은 남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남자들은 먼저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 아군은 주위를 둘려보았다. 수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저기~ 아가씨는 어디 가셨죠.”
“답답하다고 나갔어.”

궁아라가 아군의 물음을 대답했다.

“얼마나 됐죠.”
“반경(1시간)정도 된 것 같아.”
“너무 늦네요. 날도 추운데........제가 찾아봐야겠어요.”
“기다려봐~ 심정이 복잡한 모양이야. 그녀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거야.”

궁아라의 마지막 말은 전음이었다. 아군은 동굴을 입구를 보더니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궁아라의 말이 맞을 것 같다. 아가씨도 복잡할 것이다. 그리고 아가씨를 찾겠다면 자신이 아닌 장기가 나서야 한다. 장기가 아가씨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장기도 나서지 않는데 자신이 나서 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궁아라는 아군의 겉에 앉았다. 아군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자신도 아군을 사랑하게 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다. 아군은 겉에 있는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떠나간 수혜만 생각했다. 자신의 사랑을 몰라주는 아군 때문에 얼마나 아파했던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아군도 그때의 자신과 비슷한 심정은 아닐까? 아군은 수혜를 동경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경도 일종의 사랑이다. 궁아라는 아군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군은 궁아라를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군의 미소를 보니 자신도 쓴 웃음이 나온다. 아군이 아파하면 자신도 아프다.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할 고통이라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도 한다.(아군........너무 아파하지 마. 네가 아프면 나도 아파. 그리고 미안해.)

수혜는 답답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아군을 옆에 두고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다. 과연 그것이 잘한 짓일까? 바보 같다. 지금 와서 후회 한들 무슨 소용인가? 아군이 원망스럽다. 자신을 잡아주지 않은 아군이 밉다. 그런데 왜 지금도 아군이 보고 싶은 것일까? 자신을 버리겠다는 놈이 왜 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변해가는 자신이 무섭다. 앞으로 얼마나 더 어떻게 변할지 무섭다. 휴~ 답답하다. 수혜는 자신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 순간 수혜가 발걸음을 멈춘다. 눈앞에 빙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폭포가 얼어붙은 모양이다. 수혜는 잠시 생각하더니 검을 뽑아 공중으로 솟구친다. 수혜의 손에서 화려하고 강맹한 검영들이 피어나더니 바닥을 강타한다.

“쾅아아앙~” 
“쩌어어억!~”

계곡물이 얼어있던 바닥이 수혜의 검에 가라지더니 곧이어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수혜가 바닥을 갈라 웅덩이를 만든 것이다. 수혜는 바닥에 착지하더니 검을 던지고 옷을 벗었다. 취하다. 더럽다. 이런 몸이 되어 버린 자신이 싫다. 차가운 물에 목욕이라도 하면 더렵혀진 몸이 깨끗해질까? 아군이 미치도록 보고 싶다. 바보 같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이 싫다. 수혜는 차가운 계곡물로 들어갔다. 온몸이 깨질 것 같다. 그런데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시원하다는 느낌뿐이다. 수혜는 물속 깊이 몸을 담근다. 자꾸만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물속에 있던 수혜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군을 버리며 강해지는 것만 생각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강해지기 위해서 모든 짓이든 하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게 모든 꼴인가? 아군도 잊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지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더욱이 자신은 순간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몸까지 더럽혔다. 이젠 아군에게 돌아가고 싶어도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아군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도치와 악무룡은 들짐승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무릎까지 빠지는 야산에서 들짐승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집을 부렸던 악무룡도 서서히 지쳐간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

“도치야~ 그만 돌아가지. 아무래도 틀린 모양이다.”
“뭐야~ 너도 포기하겠다는 거야.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찾아보자.”
“싫다. 나도 지쳤다. 그만 가련다.”
“쌍~ 의리 없는 자식.......가라 자식아. 나는 더 찾아보련다.”
“고집부리지 말고 가자.”
“이대로는 절대 못 간다. 겨울 잠자는 곰이라도 잡아간다. 남자가 오기가 있지 말이야.”
“무식한 자식.......그래.........너 마음대로 해.”

악무룡은 도치를 뒤로 하고 동굴로 향한다. 도치의 고집은 황소고집이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목이 칼이 들어와도 하는 놈이 도치다. 동굴로 향하는 악무룡은 추위에 떨면서 눈을 헤치고 있었다. 목적을 가지고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아무런 소득도 없이 혼자서 쓸쓸하게 동굴로 향하는 길이 무척이나 춥고 고독하게 느껴진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인다. 아군일행의 발자국 같다. 바로 자신과 아군일행이 헤어진 곳이다. 악무룡은 아군일행의 발자국을 따라 동굴로 향하다가 또 다른 발자국을 하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발자국을 볼 때 혼자인 모양이다. 이 시간에 누가 동굴을 나왔단 말인가? 몸은 춥지만 궁금증이 일어난다. 악무룡은 동굴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한 줄로 길게 찍혀있는 발자국을 따라갔다. 멀리서 폭음이 들린다. 어떻게 들으면 소이탄이 터지는 소리 갔다. 악무룡은 경공을 발휘하여 발걸음을 빨리했다. 멀리 높다란 빙벽이 보인다. 폭포가 얼어붙은 모양이다. 악무룡은 높은 바위위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발자국이 폭포 밑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무룡의 시선이 빙벽을 따라 밑으로 이동하여 폭포 밑으로 향한다. 폭포 밑에는 두 사람 정도가 들어갈 얼음구멍이 뚫려 있었다. 누군가 구멍을 뚫은 모양이다. 

“이런 날씨에 얼음낚시를 즐기는 놈도 있나. 대체 어떤 놈이야.”

악무룡은 혼자서 중얼거리며 얼음구멍 주위를 둘려보았다. 그때 물속에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인이 튀어나온다. 악무룡은 깜짝 놀라 바위위에 엎드렸다. 이런 야심한 시간에 냉수욕(?)을 즐기는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악무룡은 몸을 낮추고 숨까지 죽어가며 조심스럽게 폭포 밑으로 접근했다. 차가운 겨울에 그것도 얼음물에 목욕하는 여인이 누군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폭포가 가까울수록 여인의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여인은 상체를 물 밖으로 드려내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달빛에 드려난 여인의 나신은 너무나 아름답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과 볼록 튀어나온 젖가슴은 환상적인 자태를 자아낸다. 여인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악무룡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바로 자신이 가슴에 품고 있던 벽궁수혜였다. 

수혜는 아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군을 버리기 위해,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 장기와 정사를 벌었지만 아군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군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일까? 자신과 아군은 어떤 관계였을까? 처음 아군과 자신은 주종관계였다. 아군은 향상 자신에게 충실했으면 자신은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었다. 세가가 멸문지화를 당하면서 외형적인 주종관계는 없어졌다. 자신도 아군을 그냥 한명의 남자로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10년의 세월동안 각인된 생각이 한순간에 변하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잠마동에서도 아군은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자신에게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 아군을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급급했다. 급기야는 흡정마녀의 무공 때문에 성욕이 폭발하여 아군의 정기까지 갈취했던 자신이다. 아군과 이별하고.......아군이 자신의 겉을 떠났을 때...........그때가 되어서야 자신에게 아군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자신은 아군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아군을 다시 만났을 때, 그가 살아있다는 것에 하늘에 감사했다.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의 여자로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움이 한순간에 원망으로 변했다. 질투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배심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믿었던 아군이다.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아군이다. 아군은 영원히 자신만 사랑해줄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아군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 용서할 수 없었다. 자존심이 상해 참을 수 없었다. 수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자신은 아군에게 받기만 했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아군을 원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악무룡은 한순간에 추위가 날아가 버렸다. 몸속의 피가 급격하게 뜨거워진 까닭이다. 수혜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월하미녀(月下美女)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다. 그런 표현으로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다. 몽롱하고 슬픔에 잠긴 듯한 눈빛과 시름에 잠긴 듯한 표정, 남자를 유혹하는 요염한 몸매, 수혜는 보는 이에게 성욕 늪에 빠지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풍기고 있었다. 모용세가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겉에는 아군이란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아군에게 수혜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아군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돌보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겉을 지키고 있는 한 영원히 자신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군에게는 다른 여자가 생겼다. 수혜 외에 다른 여자들이 생긴 것이다. 자신에게도 일만의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술에 취한 수혜를 위해 아군은 그녀를 놓아주겠다고 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수혜를 포기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얼마 전에 보았던 장면도 생각난다. 수혜는 아군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아군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군과 궁아라의 정사를 훔쳐보며 흥분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걸 보면 수혜는 천성적으로 성격이 급하고 피가 뜨거운 여인이다. 벌거벗은 수혜가 혼자 있다. 그것도 슬픔에 젖어 있다. 마침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악무룡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옷을 벗었다. 
“휘이이익~” 

옷을 벗어던진 악무룡이 땅을 박차고 수혜에게 날아갔다. 수혜는 깊은 고민에 잠겨있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풍덩~” 

물이 출렁거리며 자신의 등을 덮치는 사람이 있었다. 수혜는 펴듯 정신을 차렸다.

“누...........누구.”
“나야 악무룡. 가만히 있어.”
“아.......악무룡. 이게 무슨 짓........아~”

악무룡의 한손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와 수혜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손이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온다. 수혜는 급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상대는 자신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바로 잠마동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악무룡이다. 

“이.......이거 놔요.”
“오래전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 수혜 사랑해.”

수혜는 허리를 굽히고 악무룡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하지만 악무룡의 손은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고 가슴을 애무하며, 사타구니로 들어간 손은 수혜의 다리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보지둔덕을 애무하고 있었다. 수혜의 손에 진기가 들어간다. 이건 강간이다. 악무룡이 이런 놈인지 몰랐다. 하지만 악무룡 장을 날리진 못한다. 그동안의 정 때문일까?

“이거 놔요.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제발 물러나요.”
“죽어도 못 놔. 내 마음 모르겠어. 수혜를 사랑한단 말이야.”
“이거.........하흑~ 어디 들어........그곳은 안돼~! 하흑~”

수혜의 손에 모아졌던 진기가 흩어져 버린다. 악무룡의 손이 보지둔덕을 지나 대음순과 소음순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가 뜨거워진다. 저주받은 육체는 이런 상황에서도 흥분하는 것이다. 젖가슴에서 전해오는 흥분과 사타구니에서 올라오는 흥분에 수혜의 의지가 무너진다. 거부할 수없는 흥분이 밀려온다. 악무룡은 수혜가 반항하지 않자 자신감이 생겼다. 수혜도 자신이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악무룡의 손가락이 보지 속으로 들어간다. 

“헉~ 그.......그만해. 빼.......아흑.......아앙~”
“후후후~ 당신도 원하고 있잖아. 봐~ 보지가 미끈거려. 당신도 흥분하는 거지.” 

악무룡은 수혜를 안은 상태에서 얼음구멍의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수겅..........수겅.........수겅” 

보지 속에 들어간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니 수혜의 다리에 힘이 빠진다. 악무룡은 수혜를 안아 하얀 눈밭에 올린다. 눈밭에 알몸을 드려낸 수혜는 미의 화신 같았다. 악무룡은 침을 삼키더니 수혜의 다리를 잡아 좌우로 벌리니 힘이 빠진 다리가 벌어지며 분홍색의 동굴이 드려났다. 이젠 수혜도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다. 흥분한 것이다. 악무룡의 머리가 수혜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가더니 다시금 손가락으로 수혜의 보지를 쑤신다. 

“푹.........푹........푹.........푹” 
“아아앙. 하이........하이........하이......더.......깊이........아흑~” 

악무룡은 혀를 내밀어 흘러내리는 보지 물을 핥아먹으니 수혜의 허리가 휘어지며 엉덩이가 올라간다. 수혜는 절망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반응한다. 마음은 악무룡을 거부하지만 몸은 악무룡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악무룡은 수혜의 보지가 촉촉하게 젖자 수혜를 끌어당겨 수혜를 엎드리게 했다. 수혜는 눈밭에 상체를 기대며 엎드려 엉덩이를 들어준다. 

“킥킥킥~ 싫다고 하더니 이젠 당신이 더 적극적이군.” 

악무룡은 수혜의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고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자지를 수혜의 보지 속에 밀어 넣었다. 미의 여신 같은 수혜가 드디어 자신의 여자가 되는 것이다. 

“헉~ 너무 좋아.........죽을 것 같아. 아아아아아~” 
“이런 아아~ 너무 조여.......자........자지가 끊어질 것 같아.” 

수혜의 질이 악무룡의 자지를 물어 준다. 악무룡은 자신이 뜨거운 동굴 속에 들어간 느낌이다. 황홀하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악무룡은 수혜의 등을 안아 팔을 겨드랑이 사이로 집어넣어 젖가슴을 애무하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헉~ 헉~ 명기로군........젖가슴의 탄력도 죽이고........당신은 정말 대단한 여자야.” 
“아아아아~ 더........더 빨리........하흑~ 제발......조금만 더.” 
“이제 보니 당신도 날 원하고 있었군. 그래 원하는 데로 해주지.” 

악무룡은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며 손으로는 수혜의 젖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른다. 달밤의 설원에 한 쌍의 남녀가 육체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철썩~ 철썩~ 철썩~ 푹....푹......푹........푹” 

살과 살이 부디 치며 물이 일렁거린다. 수혜는 이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직 쾌락만 쫒는 한 마리 암캐가 된 버린 것이다. 악무룡도 수혜의 매력에 빠져 그녀를 몸을 탐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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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향(睿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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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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