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64(낙화유수(落花流水))-2

지하석실에 갇힌 아군일행은 주위가 어두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지 못했다. 마수는 주위를 둘려보았다. 아군은 궁아라와 함께, 이막수와 유미림이 함께 있었다. 나머지 사람은 벽에 기대여 쉬고 있었다.

“이렇게 무료하게 보내지들 마시고........이런 시간에 운기조식을 하세요.”
“운기조식?”
“우리들은 모두 잠마동에서 생사현관(生死顯關)이 타동(打通)된 상태로 출관했습니다. 대략 일다경(一茶境 - 뜨거운 차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시간 - 약 15분가량)만 진기를 소주천(小周天) 시켜도 피로가 풀리고 원기가 회복될 겁니다. 또한 설령 부상이 심해도 한 두시진 시진 진기를 운용하면 웬만한 부상이면 다 회복될 겁니다.”
“야~ 그런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 거야.”
“저도 정신이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몸도 추운데 운기조식이나 하자.”

아군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영장평원의 전투가 시작되고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서 지금까지 운기조식 할 틈도 없었지만 지하석실에 갇힌 지금이 운기조식을 통해 내력을 회복하고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된 것이다. 아군은 궁아라를 안고 있었다. 궁아라는 아직 독이 완전히 해독되지 않아 운기조식을 하지 못했다.

“저기 곽지향님.........누님은 완전히 해독된 겁니다.”

마침 곽지향이 운기조식을 끝내는 것을 보고 아군이 물어본다.

“저기 그게.........저도 살펴봤는데.......저도 확신이 안서요. 아라님.........아라님의 등에 상처가 두 개인데........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화살을 두 대 맞았어요. 그래서 상처가 두개죠.”
“두 대요............음~ 제가 한번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궁아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곽지향이 궁아라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곽지향은 궁아라의 상처를 한참 살펴보더니 품속에서 작은 단검을 꺼낸다.

“잠시만 참으세요. 상처를 좀 도려내게요.”

곽지향은 단검으로 궁아라의 상처를 도려내더니 맛과 냄새를 확인해 본다.

“음~ 미약하지만 각기 다른 냄새와 맛이나요.......화살에 각자 다른 독이 발라졌던 모양입니다.”
“두 가지 독...........그럼 누님도 아직 해독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전갈독과 칠점사의 독인데........칠점사의 독보다 전갈독이 강하기 때문에 전갈독이 칠점사의 독을 억누르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전갈독에만 중독된 것으로 알았는데 지금 자세히 살펴보니 두 가지 독입니다.........죄송해요. 두 가지 독이 너무 비슷해서 저도 몰랐어요........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갈이나 칠점사는 같은 동물성 독이라 해약도 비슷해요.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아직 여독이 남아서 그래요.”
“아가씨처럼 잘못 되는 것은 아니겠죠.”
“궁아라님은 수혜님의 경우와 틀려요. 괜찮을 겁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마령단 입니다.”
“마령단이요.”
“예~ 마령단의 주요 성분은 시독이에요. 시독은 칠점사의 독보다 강하죠. 지금이야 마령단의 독이 활동하지 않고 있지만 마령단의 독이 발작을 일으키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저도 모르겠어요.”
“설마 잘못 되지는 않겠죠.”
“모르겠어요. 마령단은 하도 복잡하게 만들어진 약이라 제 실력으로는 모든 성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몰라요.”
“지향언니........고마워요..........아군! 너무 걱정하지 마. 저번에도 아무 일 없었잖아. 이번에도 괜찮을 거야.”
“그래도.......혹시.”
“아군을 두고 혼자 떠나진 않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아군은 다시 궁아라를 자리에 눕도록 했다. 

“윽~~ 가슴..........아 창자가...........빌어먹을 마령단이 발작하는 모양이군. 으윽~”

악무룡이 가슴을 쥐어짜며 바닥을 구른다. 마령단이 발작하는 모양이다. 

“어서 약을 먹으세요.”

악무룡은 다독마의가 지어준 약을 먹었다. 과연 다독마의의 약은 다른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인가? 악무룡에 이어 금막비도 약을 먹었다. 금막비도 마령단이 발작하는 모양이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군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모두 약을 먹었다. 조용한 석실에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울려 펴진다. 모두들 마령단의 독과 다독마의가 지어준 독이 충돌하며 엄청난 고통이 시달리는 것이다.

“윽~ 아군........나도 약을 먹어야할 것 같아.”
“누님도 발작하기 시작했어요.”
“응~ 가슴이 답답해.”

아군은 궁아라의 품에서 약을 꺼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군의 손을 잡은 궁아라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군은 궁아라를 안아주었다. 궁아라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아악~ 아군........미칠 것 같아.........아~ 악~”
“누님 조그만 참으세요........누님~”
“헉~ 헉~ 아음~”
“빌어먹을..........이거 확실한 거야.........으윽~”

여기저기 신음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석실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군은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이 이렇게 무능해 보기는 처음이다. 사랑하는 궁아라와 가족 같은 동료들이 고통을 당하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궁아라의 손이 아군의 어깨를 잡고 경련하더니 아군의 품에 쓰려진다. 

“누님.......누님 정신 차려요.”

아군이 궁아라를 흔들어보지만 궁아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너무 고통이 심해 실신한 모양이다. 차라리 실신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군은 궁아라를 깨우지 않았다. 궁아라의 피부가 점점 검게 변한다. 아군은 주위가 너무 어두워 궁아라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헉~ 헉~ 이제야 고통이 없어지는군........헉~ 헉~”

가장먼저 마령단이 발작했던 악무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통이 멈춘 모양이다.

“어때...........고통은 멈춘 거냐.”
“그 약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이제는 괜찮아.”

악무룡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독마의가 지어준 약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곽지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향님.......누님이 혼절했어요.......잘못된 건 아니겠죠.”
“하이.........하이.........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아직 고통이 가시지 않았어요.”

곽지향은 숨을 고르더니 웅덩이로 가서 물을 마신다. 목이 마른 모양이다. 곽지향이 궁아라에게 다가와 궁아라를 살펴본다.

“이런..........이게 어떻게 된 거죠.”
“혼절했어요. 뭐가 잘못된 겁니까?”
“궁아라님의 피부를 보세요. 수혜님과 같은 증상입니다.”

곽지향은 궁아라를 살펴본다.

“이건~ 마령단의 시독이고........이건 또 무슨 독이지........이런.......아군님 급해요. 빨리요.”
“예~ 무슨 말씀이세요. 급하다니요.”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궁아라님이 죽어요.”

아군은 곽지향의 말에 궁아라를 자리에 앉히고 수혜와 마찬가지로 기를 역순시켜 독을 하단전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이거 어떻게 된 것일까? 곽지향의 염려대로 궁아라가 잘못된 것일까?

“휴~ 곽지향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현재 궁아라님의 몸에는 마령단의 시독과 여러 가지 독들이 엉켜버렸어요. 제 생각에 다독마의가 지어준 약이 원인 같아요.”
“다독마의께서 지어주신 약이 문제가 있다니요........저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제도 살펴봤는데 다독마의님의 약은 정확하게 말하면 독단입니다. 마령단의 독과 상극의 독으로 균형을 맞추어 치료한다.......아마 이런 개념일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령단의 독과 다독마의의 독이 정확하게 균형이 이루어야 한다는 겁니다. 궁아라님은 칠점사의 독이 완전히 해독되지 않은 상태였죠. 그게 문제였습니다........그 칠점사의 독이 독의 균형을 무너트린 겁니다.”
“그........그럼 누님도 아가씨처럼 가사상태에 빠진 거란 말입니까?”
“그나마 수혜님보다 빨리 발견해서 독이 골수까지 침투하는 것은 막았어요. 하지만 제 능력으로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이........이런...........그럼 미리 말씀하시지.......제게 마령단이 있는데.......”
“죄송합니다. 저도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어요.”
“아군........지향님의 잘못이 아니다. 지향님도 최선을 다한 거야.”

악무룡이 곽지향 편을 들고 나선다. 아군은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가씨에 이어 누님까지 가사상태에 빠졌다. 그때 절벽에서 자신이 조금만 조심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 같다. 아군이 분노한다. 무능한 자신에게 그리고 아가씨와 누님을 이렇게 만든 잠마동주에 대한 분노다. 아군은 끌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참고 있었다.

“진정해. 다독마의라는 의원에게 데리고 가면 무슨 방법이 있겠지.”
“일단 독의 진행은 막았어요. 다독마의님이라면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휴~ 곽지향님 죄송해요. 제가 흥분한 모양입니다.”
“아니에요. 제가 미리 대처했어야 했는데........”

아군은 곽지향에게 화를 낸 것을 사과하고 궁아라를 반듯하게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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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마양은 간밤에 멋진 계략으로 십이사일행을 함정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오늘만 지나면 십이사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늘 중으로 마령단이 발작하기 때문이다. 마양은 지난 보름간이 마치 몇 년처럼 느껴졌다. 십이사의 능력은 상상이상이었다. 그들은 오당오향 무사들의 포위망을 뚫었고, 흑풍대를 전멸시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놈들이다. 마양은 혁린영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어서와~ 어제 밤에는 수고 많았어.”
“그런 일이야 일도 아니죠. 멍청한 놈들이 함정인지 알고도 대전으로 들어오더군요.”
“이제 오늘만 지나면 십이사 놈들 일은 끝나는 건가?”
“예~ 오늘만 지나면 됩니다. 그런데 영장평원에서는 별다른 소식 없었습니까?”
“사상자(死傷者)들을 수습하고 있다는 연락만 받았어.”
“얼마나 죽었다고 합니까?”
“아직도 사상자수습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어.”
“빨리 오당오향 무사들을 불러들어야 하는데........내일 아침에 십이사 놈들의 시체를 찾아야하지 않습니까? 놈들을 강시로 제련하기 위해 교로 보내야죠?”
“쩝~ 나도 오당오향 놈들을 불러들이고 싶어........하지만 사상자를 수습한다고 하는데 당장 불러들이는 것도 어렵잖아. 십이사 놈들의 시체를 찾는 것은 혈영대에게 맡기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은마마령대나 사사천교의 철기대, 비연대에 대한 소식은 없습니까?”
“은마마령대는 어제 밤에 금수봉 밑에 도착했어. 그리고 사사철기군은 오늘 아침에 영장평원을 지나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고 하더군.”
“오당오향 무사들은 뭐하고 있었는데 사사철기군을 그냥 보내준 거죠. 놈들을 막아야하지 않습니까?”
“오당오향 놈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잖아. 그놈들은 시키는 일이나 할줄 알지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 뭐 있어. 또 사사철기군이 어떤 놈들이야. 사사천교가 자랑하는 무적의 철기군이야. 오향오당의 패잔병들이 그들을 막을 힘은 없었겠지.”
“쩝~ 아쉽군요. 사사철기군도 오향오당무사들과 한바탕 붙어야했는데........”
“기다려봐~ 어제 무림첩이 날아갔으니 백도 무림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오늘 중으로 무립첩이 모두 전달되겠죠.”
“가능할 거야.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우리가 바꿔치기 한 놈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그놈들을 써먹어야 야죠. 우리가 보낸 무림첩을 보면 각대 문파에서 의견들이 분분할 겁니다. 그때 우리가 심어놓은 놈들이 천마마련을 위시한 흑도를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단 몇 개의 문파만 움직여도 중원 무림은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될 겁니다.”
“그렇지 그놈들이 있었지. 알았네. 시안에 통해서 놈들에게 전하겠네.”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혈영대를 준비해 주세요. 기관장치는 제가 알고 있으니 제가 혈영대를 이끌고 놈들의 시체를 찾아오겠습니다.”
“알았네........본교에도 이제 혼천지계가 완성되었다고 연락해야겠군.”
“그건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십이사들의 시체를 찾아서 서찰과 함께 보내죠.”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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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봉 밑에 초벽하와 은마마령대가 아군일행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대지를 울리는 말발굽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더니 눈발을 휘날리며 온몸을 철갑으로 두른 철기군이 달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하후소하가 이끄는 사사철기군이 무림맹이 있는 금수봉에 도착한 것이다. 초벽하는 거패와 함께 사사철기군을 맞이했다. 사사철기군의 중앙에는 하후소하가 탄 마차가 있었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사봉(麝鳳) 하후소하가 모습을 드려냈다. 소하는 초벽하에게 인사를 했다.

“마차로 들어오세요.”

초벽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차로 들어온다. 대외적으로 초벽하는 초하벽의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고, 초하벽과 하후소하는 정혼한 사이다. 그들이 한 마차에 들어간다고 해서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오랜만이네. 우리가 만난 것이 일년 전인가?”
“일년은 아니고 이년 전 일거야. 초하벽 공자님이 주회입마에 빠진 것이 이년 전이잖아.”
“벌써 그렇게 됐나. 하여튼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하기로 하고........군랑은 어떻게 됐지. 오면서 보니까 한바탕 전투가 있었던 모양이던데.......은마마령군의 작품이야?”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투가 막바지였어. 우린 막판에 조금 힘을 보탠 정도야.”
“영장평원을 지나며서 보니까 사상자가 엄청났어. 그 모든 것이 군랑과 십이사의 작품이란 말이야.”
“그런 샘이지. 군랑이 이끄는 십이사에게 무림맹 오당오향 무사의 삼분지이가 전멸 당했어.”
“군랑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십이사의 능력도 대단한 모양이네.......지금 군랑은 어디계시는 거지. 설마 군랑이 잘못되지 않았겠지.”
“건강하셔.........군랑은 지금 나머지 일행과 무림맹으로 들어갔어.”
“뭐........뭐야. 군랑이 무림맹으로 들어갔단 말이야.”
“응~ 어제 밤에 들어갔어.”
“그럼 너는 뭐하고 있는 거야. 너도 당연히 따라가서 군랑을 도와드려야지.”
“나도 네 말대로 지금 당장이라도 무림맹으로 쳐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군랑은 우리가 자신들의 일에 끼어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하셨는데 그래.”
“이번일은 십이사와 잠마동주 간의 일이라고 하셨어. 무림맹의 총관이 현재의 잠마동주야. 군랑과 십이사는 잠마동주를 생포해서 배화교의 음모를 만천하에 밝히고 마령단의 해약을 찾기 위해 무림맹으로 향했던 거야.”
“잠마동주?.......그럼 잠마동을 만들고 군랑과 나머지 십이사를 암중에서 조정했던 놈이 무림맹의 총관으로 있다는 거야.”
“응~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어. 자신을 믿으라고..........자신을 믿고 기다려 달라고 하셨어. 그리고 너도 알고 있겠지만 배화교가 호시탐탐을 중원을 노리고 있어. 그런데 백도 놈들은 그걸 몰라. 뱃가죽에 기름기만 낀 백도 놈들은 배화교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오직 우리 흑도만 눈에 불을 키고 감시하고 있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군랑은 이걸 염려하셨어. 우리가 무림맹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백도 놈들이 그걸 트집 잡아서 우리 흑도를 공격할거야. 그럼 중원 무림이 어떻게 되겠어.”
“그래서........군랑이 말리니까........무림의 안위가 걱정되니까.........여기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거야. 군랑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너에게 군랑보다 중원 무림이 더 소중한 거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도 지금 당장이라도 무림맹으로 쳐들어가고 싶다고 했잖아. 나도 당장 달려가서 군랑을 도와드리고 싶어.”
“그래?........초벽하!........너는 어떻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림의 안위나 배화교의 음모 따위에는 관심도 없어. 난 중원 무림보다 군랑이 더 소중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당장 사사철기군을 이끌고 무림맹으로 쳐들어가겠다는 거야.”
“그래야지. 군랑이 어제 밤에 무림맹으로 들어가셨다고 했지. 그럼 최소한 여섯 시진이 지났다는 말이네. 너는 군랑이 걱정되지도 않니. 너도 군랑의 여자잖아.”
“휴~ 소하야. 군랑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어.........군랑은 꼭 돌아오시겠다고 약속 하셨어. 그럼 믿어야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은마마령군 중에서 경공과 은신술이 뛰어난 고수들이 무림맹을 감시하고 있어.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군랑일행은 대전으로 들어가셨고 지금까지 대전에 머물고 계신다고 했어. 무림맹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이 아니란 말이야. 조금만..........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지. 네가 가지 않겠다는 나 혼자라도 가겠어.”
“하후소하........그렇게 설명했으면 좀 들어. 막말로 무림맹으로 쳐들어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너는 군랑이 어디계신지도 모르잖아. 무림맹에 들어가서 난장판이라도 만들겠다는 거야 뭐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군랑일행과 무림맹간에 전투가 벌어지면 바로 연락이 올 거야. 그때 나서도 늦지 않아.”
“..............”
“소리 질려서 미안하다...........조금 흥분한 모양이다.”
“알았어.........휴~ 나도 화내서 미안하다.”
“답답해서 미치겠군. 군랑은 대체 뭐하고 계시는 거지.”
“휴~........이왕 기다리기로 했으니 철기군을 쉬도록 해야겠다.”

하후소하는 마차 창문을 열고 철기군의 대장을 불렸다.

“부르셨습니까?”
“모두 하마시키고 휴식하라고 하세요. 여기까지 쉬지도 못하고 달려왔잖아요.”
“알겠습니다............철기군........하마........휴식이다.”

오백의 철기군이 모두 말에서 내려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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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덧없이 흘려 밤이 찾아왔다. 금수봉을 향해 하늘을 가득 메우는 엄청난 크기의 새때들이 몰려왔다. 초벽하와 함께 마차에 있던 하후소하는 마차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사비연대가 도착했어.”
“사사비연대?.........하늘의 제왕이라는 사사비연대까지 출동했단 말이야.”
“아버님이 걱정되셨던 모양이야.”
“하긴 소하는 교주님의 무남독녀지. 걱정되시기도 하겠다. 그래도 너무했다. 사사천교의 주력인 사사철기군도 모자라서 비연대까지 보냈단 말이야.”
“련주님도 벽하가 걱정돼서 은마마령대를 보냈잖아. 은마마령대도 천마마련의 주력군 아니야.”
“치~ 금마마령군이나 천마마령군은 출동도 하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정말 내가 걱정되셨다면 금마마령군이 출동시켜야지.”
“금마마령군은 장로원의 제가를 있어야하고 천마마령군은 련주님의 친위군 아니야. 그들이 출동하기는 힘들었겠지.”
“아니야. 내가 정말 오빠였다면 천마마령군이 출동했을 거야. 내가 딸이니까 은마마령군이 출동한 거지. 그런 점에서 보면 소하가 나보다 낮다.”
“비교할 걸 비교해라. 자식이면 다 똑같지 아들, 딸은 무슨...........휴~”
“너는 왜 갑자기 한숨이야. 군랑이 걱정돼서 그래.”
“하벽공자님 이야기가 나와서 그래.......내가 하벽공자님를 배신한거잖아. 나중에 공자님이 깨어나시면 뭐라고 해야 할지.................휴~”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오빠나 너나 서로 좋아하지도 않았잖아. 그리고 오빠는 너보다는 청봉 여언상을 더 사랑하고 있었어. 그냥 잊어버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다. 나중에 공자님이 깨어나면 따로 용서를 빌면 되겠지.”
“오빠도 이해할 거야. 아니지 어쩌면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홀가분하게 청봉에게 갈수 있잖아.”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그러나 저러나 아직까지 무림맹의 소식은 없는 거야.”
“연락이 왔다면 너도 들었겠지. 우리는 계속 같이 있었잖아.”
“그렇지.......휴~ 걱정이군........아무래도 안 되겠다.”

하후소하가 마차창문을 열어보니 철기군의 대장이 마차 겉에 있었다.

“저기..........비연대는 모두 도착했나요.”
“예~ 마도사령(魔刀邪靈)님도 같이 오셨습니다.”

마도사령은 사사천교 십대사왕 중 한명이다. 그가 직접 비연대를 이끌고 출동한 것이다. 

“지금 어디계시죠.”
“여기 있습니다.”

하얀 수염을 멋지게 날리며 50대 중반의 사내가 마차로 다가왔다.

“멀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하하하~ 소공녀님 덕분에 오랜만에 무림에 나와서 힘들 줄도 몰랐습니다.”
“사령님.........비연대 중에서 몇 명을 보내서 무림맹을 감시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뭘 감시하면 되는 거죠.”
“무림맹의 작은 움직임까지 모두 보고하라고 하세요. 자세한 것은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사비연대 중 일부가 하늘위로 솟구쳤다. 그들은 바람을 타고 무림맹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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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일행 중 궁아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정마의의 약을 먹고 마령단의 발작을 막고, 운기조식을 통해 원기를 회복했다. 마수는 지하석실을 둘려보며 기관장치들을 찾고 있었고 아군은 궁아라의 겉에 붙어 있었다. 궁아라가 간간히 몸을 뒤척이기 때문이다. 곽지향은 한쪽 구석이 앉아있었다.

“지향소저..........지향 소저.”
“예!..........아~ 무룡님~ 왜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소저 잘못이 아니잖아요. 또 아군도 그렇게 속 좁은 놈이 아닙니다. 저놈도 지향소저를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곽지향은 자신의 겉으로 다가온 악무룡의 말에 억지로 웃는다.

“고마워요...........몸은 괜찮으세요. 무룡공자도 부상이 심하잖아요.”
“팔이 약간 불편하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지향님은 어떠세요. 지향님도 부상이 심하잖아요.”
“저도 많이 좋아졌어요. 걱정해 주셔 감사합니다........무룡님이 저기 있는 멋대가리 없는 도치님보다 낮군요.”
“도치요?.........왜요. 도치가 섭섭하게 해요.”
“아니에요. 도치님은 잔정이 없는 분이라...........그만하죠. 다들 조용한데 우리만 떠들고 있네요.”

악무룡도 고개를 끄덕이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아군일행은 다가오는 전투에 대비해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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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향(睿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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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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