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66(낙화유수(落花流水))-4

아군을 선두로 해서 십이사 일행이 이막수와 마양이 있는 계단으로 올라왔다. 바닥에 쓰려진 마양을 발견한 마수가 그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꼴좋다. 멍청한 새끼.”
“마.......마수!..........사.........살려줘.......제발 목숨만 살려줘. 우린 한 가족이잖아.”
“가족 좋아한다. 미친 새끼!...........급하니까 가족이라는 말이 나오니. 왜 목숨은 아까운 모양이지.”
“내가 잘못했다. 무조건 잘못했어.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제발 목숨만........목숨만 살려줘~”
“지랄을 한다. 바지에 실레까지 했네. 이 새끼는 창피한 줄도 모르나봐~”
“마수.......그놈이 형이냐.”

마수와 마양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악무룡이 마수에게 물어본다. 마양을 바라보는 악무룡의 눈빛은 마수와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차갑다. 

“형은 무슨..........저런 새끼를 형으로 둔적 없습니다. 이 새끼는 평소에 저를 벌레 보듯 했던 놈입니다. 어떻게 이런 새끼를 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럼 부담 없네. 마수 비켜봐~ 그놈에게 몇 가지 물어볼게 있다.”
“제가 물어보죠.”
“네가 할 거냐. 그래도.......미운 정이라도 있을 거 아니야. 내가 하는 편이 좋겠다.”
“정(情)이요. 없습니다. 이놈에 대해 좋은 기억이 단하나라도 있어서 미운정이 있죠. 
“알았다. 그럼 네가 해라.”
“알겠습니다. 야~ 마양..........마령단의 해약은 어디에 있지.”
“해약! 그.........그건 나도 모른다.”
“그래~ 그래야지. 처음부터 순순히 대답하면 재미없지. 어디 보자. 언젠가 이손으로 내 뺨을 때린 적이 있던가?”

마수는 마양의 팔을 잡고 발로 가슴을 밟더니 팔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마양의 팔이 한바퀴 돌아가고 두 바퀴째 돌아가자 뼈마디가 어긋나는 소리와 더불어 마양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진다.

“크아아악~.......저......... 정말이야. 난 몰라. 정말 몰라~”
“우두두둑~”

마양의 팔이 세 바퀴째 돌아가며 뼈가 가닥가닥 부셔지고 심줄과 혈관들이 터지며 마양의 팔소매가 붉게 물들었다. 마양의 팔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마수는 마양의 팔을 내려놓고 다른 팔을 잡았다. 나머지 한쪽 팔도 병신을 만들 모양이다. 곽지향이나 유미림은 고개를 돌려버린다. 마수가 너무 잔인했기 때문이다.

“정말 몰라.......제발~..........으아아악~.........혹시...........삼...........삼공자는 알지 몰라.........아악 제발 그만........내가 삼공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할게. 제발 그만해. 으아아악~”
“마수~ 이놈은 정말 모르는 모양이다. 놈이 삼공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고 하니 그만하면 됐다.”
“마양.........정말 모르는 거냐. 마령단의 해약은 어디에 있어.”
“정말이다........정말 몰라. 제발~ 그만해. 아아악~”
“좋아~.......... 삼공자에게 안내한다고 했지. 그놈에게 가는데 양팔은 필요 없을 거야. 그리고 무공도 필요 없겠지.”
“우두둑~ 퍼어어억~~”
“크아아아악~~”

마수는 마양의 나머지 한쪽 팔도 비틀어버리고 장(掌)으로 마양의 단전을 파괴해 버렸다. 마양이 이년여년 세월동안 수련했던 무공을 한순간에 파괴해 버린 것이다. 무림인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무공일지 모른다. 마수는 마양을 죽음보다 더욱 참혹하게 양팔을 망가트리고 단전을 파괴하여 패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마수는 마양의 혈도를 풀어주고 아직도 바닥을 뒹굴고 있는 그의 배를 걷어차니 마양은 마치 공처럼 벽으로 날아가 둔탁하게 부디 친다.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 새끼야. 내가 잠마동에서 격은 고통에 비하면 이런 고통은 고통도 아니야. 빨리 일어나지 못해.”

벌레처럼 꿈틀거리던 마양이 힘들게 일어나는데 그의 양팔은 뼈 없는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린다. 마수는 마양의 뒷덜미를 잡고 선두로 나섰고, 아군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은 마수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마수가 계단 끝에 이르렀다. 계단 끝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기관이 작동하며 자동으로 닫힌 모양이다.

“저기........저걸 움직이면 기관이 열려.”
“잔대가리 굴리며 죽는다.........확실해.”
“확실해.........정말이다.”

마수는 의심의 눈으로 마양을 보다가 그가 비굴한 표정으로 말하자 조금은 안심하는 표정이다. 마수가 마양이 가르친 벽돌을 밀어보니 계단의 입구가 열린다. 마양의 말은 사실이었다.

“마수. 내가 먼저 가볼게.”

이막수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위로 올라갔다. 이막수가 건물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건물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실내에는 아무도 없다. 다들 올라와라.”

궁아라를 안은 아군을 선두로 나머지 일행도 올라왔다. 아군은 천이통으로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밖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보고 올게.”

이막수는 창문으로 달려가서 밖으로 상황을 둘려보았다. 아군의 말대로 붉은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건물을 포위하고 화살과 암기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건물이 포위당했어.”

마수는 마양을 끌고 창가로 갔다. 마수도 창문을 통해 밖의 상황을 살펴보다가 혁린영을 발견했다. 마수도 배화교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마제갈의 자식이기 때문에 혁린영을 알고 있었다. 혁린영은 건물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기 남색 무복을 입은 놈이 배화교 삼공자이자 현재의 잠마동주인 혁린영이라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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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혁린영은 건물을 포위하고 건물을 감시하고 있었다. 건물 창문에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혁린영은 마안신공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시각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창가에 어른거리는 사람은 마양이나 혈영대가 아니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 혹시 십이사는 아닐까? 다시 창가에 그림자들이 어른거린다. 이번에는 자신도 아는 얼굴들이다. 바로 마양과 마수가 아닌가? 마양은 마수에게 잡혀 있다. 일이 잘못되었다. 십이사들은 죽지 않았다. 십이사의 한명인 마수가 살아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놈들이 살아있어.......이런 빌어먹을.......”

십이사들이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에게 마령단의 해약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놈들을 잡아야한다는 것이다.

“궁수들!!! 불화살을 날려라.........불화살 발사~”
“슝~ 슝~ 슝~ 슝~”

하늘에 수백발의 화살이 날아오른다. 혁린영의 명령에 따라 불화살들이 십이사가 있는 건물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아군일행이 있는 목조건물의 지붕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화살들은 건물 외벽과 실내로 들어가며 건물이 불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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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 있던 사사비연대와 은마마령군은 무림맹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초벽하와 하후소하에게 보고했다.

“소하야! 어떻게 생각해.”
“우리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 무림맹이 가지고 있는 전력은 오향오당이 전부야. 나머지는 무사들의 식솔들이나 맹내에서 잡일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야. 오향오당은 현재 영장평원에서 돌아오지 않았어. 다시 말해 연무장에 집합한 놈들은 무사들이 아니라 맹의 식솔들일 가능성이 많다는 거야. 그리고 붉은 무복을 입는 놈들이 젊은 사내의 명령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그 젊은 놈이 잠마동주일 거야. 그리고 붉은 무복을 입은 놈들은 잠마동주 놈이 데려온 무사들이겠지. 그들이 맹의 무사들이라면 맹주의 명령을 받지 그 젊은 놈의 명령을 받진 않을 거야.”
“그럼 연무장에 모인 놈들은 인간방패라는 말이네. 곤란하게 됐군.........그리고 놈들이 후원건물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어. 군랑일행이 건물에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내분이라도 생긴 걸까?”
“그건 모르지. 하지만 군랑일행일 가망성이 많아. 안되겠다. 우리도 무림맹으로 출발하자.”
“알았어.”

초벽하는 마차의 창문을 열고 은마마령대를 지휘하는 천명염라에게 무림맹으로 진격할 것을 명령했고, 하후소하도 남아있는 사사비연대와 사사철기군에게 무림맹으로 진격할 것을 지시했다. 사사비연대가 전투준비를 마치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지상에서는 사사철기군과 은마마령대가 무림맹을 향해 진격했다. 무림맹의 정문에 도착한 하후소하가 창문을 통해 무림맹를 살펴보았다. 무림맹의 성문은 굳게 닫혀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혹시 모르니 충차를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충차는 왜.”
“비연대는 상관없지만 철기군은 성문이 닫힌 이상 진격을 못해. 혹시 모르니 미리 충차라도 준비해야지.”
“그럴 필요 없어. 현재 무림맹 내부에는 은마마령군 일부가 잠입해 있어. 필요하면 그들에게 성문을 열도록 하면 돼.”
“그렇군.......오향오당이 빠져 나가 무림맹의 경계가 허술하지. 알았다.”

초벽하가 이끄는 은마마령군과 하후소하가 이끄는 사사철기군은 무림맹의 정문까지 진격하였고, 오백의 사사비연대는 무림맹의 하늘을 포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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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일행은 실내로 날아드는 불화살을 막기 위해 가구들로 창문을 막았다. 하지만 실내는 곧 메케한 연기가 피어나고 여기저기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양..........잘 봐라~ 이게 배화교의 실체다. 네놈이 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도 경고 한마디 없이 불화살을 날리고 있어. 킥킥킥~ 네놈도 나처럼 버림받은 거야. 기분이 어때.”
“아니야. 삼공자님은 날 버리실 분이 아니다. 내가 잡혀있는지 모르고 있는 거야.”
“킥킥킥~ 멍청한 자식.........좋아. 한번 시험해 볼까?”
“안돼. 그놈도 배화교의 음모를 밝혀줄 증인이야. 죽으면 안돼.”

마수와 마양의 겉에 있던 악무룡은 마수의 의도를 알고 마수를 저지한다. 마수는 마양을 창가로 끌고 가거나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다. 악무룡의 말에 마수는 쓰게 웃고 말았다. 악무룡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야. 마양은 잠마동주와 함께 배화교의 음모를 밝혀줄 중요한 증인이다. 

“병신 새끼.......너는 소모품에 불과해. 삼공자는 포로로 잡힌 너를 보호해 주지 않아.”

마수의 말에 마양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삼공자의 행동을 보면 마수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야. 삼공자는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않고 건물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이려하고 있다.

“일사.......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건물이 불타고 있어. 이렇게 마냥 있다가는 통구이가 될 거야. 무슨 대책을 세워야지.”
“마수님!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쌍~........나에게 벽력탄이 하나가 남았으니 놈들에게 한방 먹이고 한번에 튀어나가자.”
“무룡님 잠깐만........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마양! 네놈은 무림맹의 비밀통로에 대해 모두 알고 파악하고 있겠지............ 왜 대답이 없어. 알아 몰라.”

마수는 마양의 양쪽 어깨를 비틀며 이야기했고, 마양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들게 대답한다.

“윽~ 아.......알고 있다.”
“우릴 건물 밖으로 안내해. 어서~”
“아.........알았다.”

아군일행은 마양의 안내를 받아 다시 비밀통로로 내려갔다. 마수는 비밀통로를 이용해서 포위망을 우회하여 혈영대의 뒤통수를 치겠다는 계산이다. 

“살고 싶으면 똑바로 안내해. 우리 일행들 중에는 성질 급한 분도 많다. 잔대가리 굴리다가는 목이 날아가는 수가 있어.”
“알고 있다.........저기 저쪽으로 따라가면 또 다른 통로가 보일 거야. 우리가 있던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건물과 연결된 통로다.”

마양은 몇 개의 모퉁이를 지나 위로 길게 연결된 통로로 안내했다. 마양이 선두로 계단을 올라 기관을 작동시키니 한쪽 벽이 갈라지며 건물 실내가 나타난다. 이번에도 이막수가 먼저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실내에는 아무도 없다. 나머지 일행도 건물로 들어왔다. 이막수는 창가로 달려가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붉은 무복을 입은 놈들이 보인다. 놈들은 자신들이 있던 건물을 포위하고 계속해서 불화살을 날리고 있고, 자신들이 있던 건물은 화염에 불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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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영은 불타는 건물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건물에는 분명히 십이사 놈이 있었다. 그런데 건물이 불타고 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놈들이 죽은 것일까? 그건 말도 안 된다. 이런 불화살에 죽을 놈들이라면 영장평원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전멸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일까? 혁린영의 머리에 마양이 스치고 지나간다. 마양은 무림맹에 설치된 기관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다. 십이사 놈들이 포로로 잡힌 마양을 이용해 비밀통로로 빠져나갈 수도 있지 않는가? 

“화살을 멈추어라........너.......너........너~ 건물 당장 들어가서 안을 수색하라.”

명령은 받은 혈영대 무사들은 쓰게 웃으며 건물을 향해 몸을 날린다. 불타는 건물로 들어가는 것은 죽을 맛이지만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런 것을 쫄다구의 비예라고 해야 하나? 역시 세상은 출세하고 볼일이다. 혁린영은 건물로 들어가는 혈영대를 보지 않고 건물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자신이 예상이 확실하다면 십이사 놈들은 건물을 빠져나가 자신들의 후미를 공격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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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일행은 밖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일사........마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부상이 심한 곽지향님과 악무룡은 이곳에서 마양과 누님을 보호해주세요. 마수님 남색무복을 입은 놈이 잠마동주라고 했죠.”
“예! 확실합니다.”
“이렇게 하죠. 제가 잠마동주를 잡겠습니다. 곽지향님과 악무룡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혈영대를 처리해주세요.”
“저도 일사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우리 중에 일사님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시니 일사님이 삼공자을 제압하고 마양과 궁아라님을 보호하는 부상이 심한 곽지향님과 악무룡님이 맡아주세요. 그리고 저와 나머지 분들은 혈영대를 처리하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 의견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일사 부탁한다........자~ 나머지도 가자.”
“잠깐만.........또 나와 곽지향님만 빠지는 건가? 쩝~ 할 수 없지. 일사 혹시 모르니까 이거 가지고 가라.”

악무룡은 아군에게 마지막 남은 벽력탄을 내밀었다. 아군은 피식 웃는다.

“나는 필요 없다. 마수님.......마수님이 지니고 있어요.”
“제가요.........아닙니다. 혹시 모르니 무룡님이 지니고 계세요.”
“자자~ 그만하고.........출발하자..........내가 먼저 간다.”

성질 급한 도치가 가장먼저 튀어나간다. 도치의 뒤를 이어 사우도 뛰어나가고 이막수와 유미림도 뒤를 따른다. 

“악무룡.........누님을 부탁한다.”

아군은 악무룡에게 궁아라를 부탁하고 음양비로 잠마동주을 향해 달려간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마수는 마양의 혈도를 제압하고 자신도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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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영은 주위를 돌아보다가 혈영대에게 달려오는 도치를 발견했다. 

“십이사 놈들이다.............놈들을 막아라.”

혁린영의 고함소리에 혈영대도 도치일행을 발견했다. 도치의 도끼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혈영대를 향해 날아온다. 혈영대 중 활을 들고 있던 무사는 코앞까지 날아온 도끼를 활대로 쳐내려 했다. 

“빠각~~~......휭휭~........크아악~”

혈영대 무사의 활대를 잘라버린 도끼가 무사의 가슴을 관통하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도치에게 돌아간다. 최초의 비명소리에 있어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지기 시작한다. 십이사들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막수의 단검이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혈영대 무사의 목에서 붉은 피가 터지고, 이막수의 겉에 있던 유미림의 체직이 뱀처럼 요동치며 허공을 날아 적의 심장에 바람구멍을 만들어버린다.

“당황하지 마라.......놈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모두 혈영집마대진(血影集魔大陣)으로 놈들을 상대하라.”

혁린영의 명령에 혈영대는 뒤로 후퇴했고, 도치 일행은 후퇴하는 혈영대를 따라갔다. 넓은 공터에 도착한 혈영대는 더 이상 후퇴하지 않고 도치 일행을 거대한 원을 만들며 포위하고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혈영대가 자랑하는 혈영집마대진이 펼쳐진 것이다. 아군은 혈영대가 대오를 정비하기 전에 음양비로 혈영대 무사들을 머리 위를 지나 혁린영에게 날아갔다. 혁린영도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군을 발견했다.

“수라마령신공........벽(劈)~”

아군의 손에서 수라마령신공의 벽결이 실천되니 금색의 강기가 혁린영을 향해 날아갔다. 혁린영도 아군을 향해 장을 맞받아치는데 그의 팔은 옥빛으로 빛내고 있었다. 바로 배화교의 십대마공 중 하나인 옥수인(玉手璘)을 펼치는 것이다.

“콰아아아앙~~~”

장과 장이 충돌하며 엄청난 강기의 회오리가 일어나며 주위에 있던 사물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아군은 혁린영의 앞에 떨어졌고, 뒤로 조금 밀러난 혁린영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쓰게 웃고 말았다. 자신의 팔소매는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서 옥색으로 빛나는 팔이 드려나 있었다. 아마 자신이 옥수인(玉手璘)을 익히고 있지 않았다면 팔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네놈이 잠마동주냐.”
“이거 수라마령신공인 모양이군........네놈이 일사냐.”
“잠마동주냐고 물었다.”
“내거 야 원~.........하찮은 사냥개가 주인을 보고 짖어대는군........그래 내가 너희들 주인인 잠마동주다.”
“빠드득~.......한 가지만 물어보자.........마령단의 해약은 어디 있지.” 
“해약?.......하하하~ 해약이라고.”

아군의 말에 껄껄대고 있던 혁린영은 다시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예초에........마령단의 해약 따위는 없었다.”
“뭐~ 없어........그럼 삼년 후에 우릴 풀어주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된 거지.”
“후후후~ 네놈들이 대단한 놈들로 알고 있는데 착각하지 마라........네놈들은 처음부터 사냥개로 키워진 놈들이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은 알고 있겠지. 어차피 죽일 놈들인데 해약 따위를 만들어서 뭐해.”
“빠드득~ 우릴 철저하게 우롱했군........좋아.......해약의 행방은 네놈을 잡아놓고 천천히 물어봐도 늦지 않겠지.”
“푸하하하~ 네놈이 날 웃기는 구나. 감히 사냥개 따위가 주인을 물겠다고 덤비겠다는 거냐.”

아군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가슴속에 쌓인 울분이 터지기 일보직전이기 때문이다. 아군의 몸에서 금빛 광체가 일어난다. 혁린영도 감히 방심하지 않고, 이마에 두르고 있던 머리띠를 풀었다. 일사가 익힌 수라마령신공은 배화교의 십대마공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절대 신공이다. 아니 어쩌면 십대마공보다 더욱 무서운 무공인지도 모른다. 그런 수라마령신공을 익힌 일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마안신공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혁린영이 내공을 끌어올리자 이마가 갈라지며 푸른빛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나타나고, 혁린영의 양쪽 눈도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아군은 수라마령신공을 끌어올리며 혁린영을 주시했다. 아군도 푸른빛으로 빛나는 혁린영의 눈을 보았다. 혁린영의 이마에는 두개의 눈과는 별개로 보기에도 흉물스러운 또 하나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아군이 푸르게 빛나는 혁린영의 눈을 주시하니 주위가 점점 흐려지며 검게 변하고 귀가 멍해지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아군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안신공은 섭혼술로 상대의 혼을 제압하거나 강력한 환상의 결계를 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하지만 섭혼술은 양날의 검과 같다. 성공하면 상대방을 제압하여 자신의 종으로 만들 수 있지만 섭혼에 실패하면 실천자인 자신도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혁린영은 상대가 일사인만큼 섭혼술 보다는 환상의 결계로 아군을 제압하려 했다.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기분 나쁜 눈동자가 나타난다. 아군은 눈동자를 향해 수라마령신을 끌어올려 장을 날렸다. 아군의 손을 떠난 금빛 강기는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를 부셔버린다. 그런데 사방으로 흩어졌던 눈의 파편들이 다시 각각의 눈동자로 바꾸며 아군을 포위하는 것이다. 아군은 자신이 보고 있는 모든 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런 경우를 당해보지 않았는가? 배교의 동해어부를 상대할 때도 아군은 환상속의 용과 사투를 벌었다. 아군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환상이란 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아군이 눈을 감자 갑자기 사방에서 귀신의 호곡(號哭)소리가 들리고 사방에서 귀신들이 나타나 아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환상은 눈을 감는다고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마안신공은 눈에 보이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약한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다. 귀신들 중에는 반각대사도 있고, 목정신니의 모습도 보인다. 바로 자신과 궁아라의 손에 죽어간 사람들이 귀신이 되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억울해..........억울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날 죽었지..........억울해서 혼자 갈수 없다. 네놈도 같이 가야 해. 이놈 너도 함께 저승으로 가자.”
“살려 주세요.........살려 주세요........왜 절 죽이셨나요..........살려주세요.......그아악~ 이놈~”

울부짖은 귀신들은 자꾸만 아군에게 다가온다. 아군은 수라마령신공을 온몸에 끌어올렸다. 

“갈~~~ 물러가라.”

아군의 몸에서 금색의 강기가 사방으로 펴지며 엄청난 사자후가 터지자 아군에게 다가오던 귀신들이 한순간 살라지고, 혁린영은 비틀거리며 약간의 피를 토해낸다.

“음~ 쉬지 않군.............일사라서 틀리다는 건가. 좋아. 나도 전력을 다해 주지.”

혁린영은 입가에 흘린 피를 닦아내고 마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니 푸르게 빛나던 세 개의 눈이 불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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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막수는 자신을 공격하는 검을 쳐내다가 지축을 울리는 사자후를 들었다. 그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눈을 돌린다. 자신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아군과 잠마동주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군이 조금 이상하다. 아군은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수........저걸 봐~.......일사가 이상해.”

이막수의 말에 마수도 고개를 돌려 아군과 잠마동주를 보았다. 그는 혁린영의 붉게 빛나는 세 개의 눈동자를 보았다. 마수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무공이 떠오른다. 마안신공(魔眼神功)........본래의 이름은 아수라마안마공이라고 불리는 무공으로 아수라의 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안마공은 배화교에서 조차 익히는 것을 금지한 마공으로 마안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순결한 숫처녀의 음기를 갈취하여야만 한다. 그것도 한두 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수라의 눈이라는 제삼의 눈이 열리기까지는 마안신공을 오성이상 익혀야 하는데 그때까지 필요한 숫처녀의 음기가 족히 백 명분은 넘을 것이다. 혁린영의 눈은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안마공이 팔성이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그럼 지금까지 희생된 처녀가 도대체 몇 명이란 말인가?

“저........저건 마안마공입니다........일사님이 위험해요.”
“뭐야. 일사가 위험하다니.........왜 일사가 위험하단 말이야.”
“일사님은 환상의 결계에 걸렸습니다. 저대로 시간이 지나면 정력이 고갈되어 죽고 맙니다.”
“뭐야............그럼 빨리 손을 써야지..........이런 빌어먹을~..........이 새끼들 왜 이렇게 강한 거야.”

빠르게 회전하는 혈영대 무사들의 검이 이막수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놈들은 혈영집마대진(血影集魔大陣)이라는 진법으로 우릴 상대하고 있습니다.”
“뭐~ 혈영 어쩌구~ 그건 또 뭐야.”
“무림맹의 팔방현원대진과 비슷한 진법입니다. 다만 팔방현원대진이 수비에 치중한 진법이라면 혈영집마대진은 공격에 치중한 진법입니다.”
“어려운 말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 빌어먹을 진법을 벗어날 수 있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벽력탄을 받아오는 건대........톱니바퀴처럼 회전하는 놈들을 정지시켜야 합니다.”
“정지........좋아.”

이막수는 몸을 날려 빠르게 회전하는 혈영대에게 날아갔다. 이막수를 향해 세자루 검이 날아온다. 이막수는 날아오는 검을 피해 회전하는 무리들 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막수의 앞과 뒤로 수십 자루 검이 날아온다. 이막수는 신법으로 검을 피하려 하지만 수십 자루 검을 피하기는 불가능했다.

“위험해요.”

유미림의 체직이 이막수의 등을 공격하던 검들을 쳐내고, 이막수는 빠르게 뒤로 후퇴했다. 유미림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사우와 도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혈영대 놈들은 원을 그리며 자신들을 포위하고 빠를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도치는 혈무부법으로 놈들을 공격해 보았지만 놈들은 빠르게 회전하며 여러 명이 합심하여 자신의 공격을 막아버린다. 사우의 도법도 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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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향(睿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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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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