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78(설비(雪匕)의 비밀)-3

남궁벽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황보세가의 무사들 중 절반이상이 전멸하고 황보명과 황보혜경이 포로가 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남궁벽의 눈에 불똥이 튄다.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황보혜경인 적(敵)의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낭궁벽은 앞뒤 가리지 않고 사사철기군을 향해 돌격했다.

“공자님 이대로 돌격하면 우리들이 불리합니다.”
“무슨 소리야. 저런 놈들에게 어떻게 우리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밀린단 말이냐.”
“자중하시고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여긴 평지에요. 철기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이란 말입니다.”
“닥쳐라~ 전월 돌격하라~”

남궁벽 옆에서 보좌하던 무사가 조언을 해보지만 남궁벽은 무사의 조언을 무시해 버린다. 자신들은 사사철기군이 잠든 틈을 이용해 기습을 하려고 했다. 철기군의 장점은 빠른 기동성과 웬만한 공격에는 흠집조차나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철갑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기군이 말을 풀어놓고 철갑을 벗고 쉬고 있을 때 기습을 한다면 철기군은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니 세가의 무사들에게 유리할 것이다. 황보세가와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그걸 믿고 공격을 감행한 것인데 상대는 이미 자신들의 기습공격을 눈치체고 이미 전열을 정비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공격했다. 이렇게 되면 싸움은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 진다. 지금 싸우고 있는 곳은 길이 험한 산지나 협로가 아니다. 자신들은 발바닥에 땀나게 뛰고 있는데 상대방은 말과 사람이 철갑으로 무장하고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 아무리 전투라는 것이 무기나 장비의 우수성보다는 개개인의 투지와 실력이 우선한다고 하지만 이건 시작부터가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이다. 더욱이 자신들은 협공을 하기로 했는데 황보세가 무사들이 먼저 공격을 시작하는 바람에 양쪽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남궁벽의 귀에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황보혜경이 적의 수중에 잡혀 있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 남궁벽의 머릿속에는 오직 황보혜경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니 옆에서 지껄이는 소리 따위가 들리기나 하겠는가? 남궁벽은 가장 선두로 달려오는 아군을 발견했다. 저놈이 바로 황보혜경을 포로로 잡은 놈이다. 남궁벽은 허리에서 검을 뽑자마자 아군을 향해 솟구친다. 남궁벽의 검에서 하얀색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아군을 향해 날아간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이 펼쳐진 것이다. 아군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영(劍影)들을 무시하고 남궁벽을 향해 수라마령신공의 벽(劈)결로 맞받아친다. 아군의 손에서 흰색의 강기가 검영(劍影)들을 향해 날아가니 검영들은 강기에 막혀 사방으로 흩어진다.

“흥~ 죽어라. 일도양단(一刀兩斷)”

공중에 떠있던 남궁벽이 아군의 머리위로 떨어지며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힘이 넘치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수법으로 아군의 머리를 베어왔다. 아군은 수라마령신공을 끌어올려 떨어지는 남궁벽을 향해 제차 수라마령신경의 벽(劈)결로 공격했다. 하얀색 강기가 떨어지는 남궁벽의 검을 향해 날아간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아군의 강기가 남궁벽의 검에 바닷물이 갈라지듯 베어지며 아군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것이다. 아군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칠성둔형으로 남궁벽의 검을 피했다.

“크윽~”

아군이 어깨를 감싸며 비틀거리며 물러나는데 그의 어깨에서는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땅에 착지한 남궁벽은 비틀거리는 아군을 향해 다시 창궁무애검법으로 공격하니 남궁벽의 검에서 무수한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비틀거리는 아군을 향해 날아간다. 아군은 감히 남궁벽을 대적하지 못하고 음양비로 빠르게 후퇴하니 남궁벽의 검에서 피어난 검영(劍影)들도 계속해서 아군의 뒤를 추적한다. 아군은 이를 악물었다. 황보명에게 당한 충격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곧이라도 피를 토할 지경이며, 황보혜경에게 당한 왼손은 감각이 없다. 그런데 이제 어깨에 부상까지 입은 것이다. 아군은 잠마동 이후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해본다. 

“군랑~~ 위험해요.”

아군의 뒤를 따라온 하후소하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아군과 남궁벽의 중간으로 뛰어내리며 허리에 두르고 있던 체대를 풀어 아군에게 날아오는 검영(劍影)들을 막는다.

“파파파파파~ 팍~”

하후소하의 체대가 걸레처럼 베어지며 체대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아군은 소하가 자신의 앞을 막자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음양비로 뒤쪽으로 물러났다.

“철기군~ 소공녀가 위험하다..........소공녀를 보호하라.”

사사철기군 대장도 아군과 남궁벽의 대결에서 아군이 밀리는 것을 보았다. 더욱이 하후소하까지 위험하지 않는가? 대장의 명령에 10여명의 철기군이 남궁벽을 향해 돌격했다.

“흥~ 하룻강아지 같은 놈들..........귀찮아 꺼져버려.........창궁무영~”

남궁벽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철기군을 향해 창궁무영검법의 절초를 펼치니 남궁벽의 검에서 흰색 검기가 피어나며 철기군을 향해 날아갔다. 철기군은 자신들의 두꺼운 갑옷을 믿고 평소훈련한 대로 창을 세워 남궁벽의 급소들을 향해 돌격했다.

“크아아악~”
“크윽~”

철기대의 말과 철기군이 반으로 갈라지며 붉은 피를 뿜어내고, 팔이 날아가는 철기대도 있고 목이 날아가는 철기대도 있다. 열명의 철기대들 중 5명의 철기대가 단 한번의 공격에 죽음을 면치 못한 것이다.

소하는 후방으로 물러나 아군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아군의 왼쪽 어깨는 뼈가 드려날 정도로 깊다. 만일 아군이 침착하게 칠성둔형으로 검을 피하지 못했다면 머리나 팔이 날아갔을 것이다.

“군랑.......상처가 깊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우........욱~..........헉~ 헉~ 헉~”

아군은 피를 토하며 숨을 몰아쉰다. 약간 긴장이 풀리자 참고 있던 역혈이 터진 것이다. 아군과 소하의 겉으로 초벽하가 급하게 달려온다. 그녀는 말에서 내려더니 평소 지니고 다니던 술을 아군의 상처를 부어버린다.

“무슨 짓이야.”
“술은 상처를 해독하는 기능이 있어.........그러나저러나 저놈 조심해야겠어. 놈이 들고 있는 검은 무림십대병기중 하나인 벽력신검(霹靂神劍)이야.”
“벽력신검(霹靂神劍)?.......정말 벽력신검 같다..........그래서 군랑이 상처를 입고 철기군의 갑옷을 소용없는 거로구나
“오래전부터 남궁세가에 벽력신검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어. 지금 보니 그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었다. 군랑........이번 싸움은 철기군에게 맞기고 쉬세요.”
“헉! 헉! 아닙니다. 제가 처리해야합니다. 저대로 두면 철기군의 희생이 너무 켜요.”

아군의 말에 소하가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 평원에는 사사철기군과 남궁세가의 무사들 그리고 황보세가의 무사들이 어지럽게 엉켜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철기군 틈을 종횡부진 누비며 철기군을 베어버리는 남궁벽의 모습이다. 남궁벽은 신이난 모양이다. 그는 호위도 없이 혼자서 마치 한 마리 호랑이처럼 철기군을 베어버리고 있다. 아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아직도 피가 흐르는 왼팔의 혈도를 제압해 피가 멈추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군랑 그런 몸으로 계속 싸우시겠다는 겁니까?”
“이정도 부상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놈만큼은 제가 처리해야겠습니다.”
“안돼요. 저놈은 벽력신검을 지니고 있어요. 벽력신검은 호신강기나 금강불괴도 두부처럼 베어버리는 명검입니다.”
“저도 아직 수라기를 극성으로 사용하지 않았어요. 또한 음양검법은 아직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소하야. 지금 저놈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군랑 밖에 없어........군랑........꼭 저놈을 상대하겠다면 설비를 사용해. 설비도 무림십대병기중 하나이니 벽력신검에 밀리지 않을 거야.”
“예?.........그건 좀........제가 음양검법을 사용하면 검이 터져버리는데.........”
“군랑이 중요하지 설비가 중요해요. 마음 놓고 사용하세요. 그리고 설비는 그리 약한 검이 아닙니다.”
“음~~ 알겠습니다. 정~ 다급하면 설비를 사용하겠습니다........그럼 두 분은 이곳에서 철기군을 지휘해 주세요.”

아군이 다시 남궁벽을 향해 몸을 날린다. 아군은 팔에 감각이 없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잠마동에서 이것보다 더한 상황도 겪어보지 않았던가? 아군은 팔을 한번 휘둘려본다. 소하와 벽하는 불안한 눈으로 아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군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 있었다. 바로 벽하에게 잡혀있는 황보혜경이다. 황보혜경은 처음 아군에게 잡혔을 때 분한 마음에 아군을 욕을 했지만 혈도가 제압되어 아군을 지켜보니 이상한 생각이 든다. 아군은 자신과 오라버니를 한번에 제압할 정도로 가공할 무공을 지니고 있다. 그런 가공한 무학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거만한 기색이 전혀 없다. 소문으로 들었던 마수마랑이 확실하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왜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은 것일까? 소문에는 사사철기군과 사호팔랑이 동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와 한쌍의 남녀만 보인다. 다른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모두 마차에 있을까? 정말 모를 일이다.

흰색으로 빛나는 아군이 남궁벽의 머리위로 날아오르더니 수라마령신공의 환(幻-변하다)결로 남궁벽을 공격했다. 아군의 손에서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피어나며 남궁벽에게 날아간다. 

“이놈~ 죽으려고 또 왔느냐? 창궁벽파~”

남궁벽의 벽력신검에서 무수한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아군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을 향해 날아간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수많은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검영(劍影)들을 피하며 남궁벽에게 날아오는 것이다. 남궁벽은 자신의 검식이 마치 호수에 빠진 돌멩이처럼 허망하게 무산되고 무수한 그림자들이 자신에게 날아오니 뒤로 물러나며 검막(劍幕)을 친다.

“수라마령신공 착(捉-잡다), 전(纏-역매다), 봉(封-봉하다), 벽(劈-쪼개다)”
“푸하~~~끄으윽~”

아군은 환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남궁벽을 착결로 끌어당겨 중심을 무너트리고 전과 봉결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못하고 한 다음 벽결로 남궁벽의 가슴을 후려쳐 버리니 남궁벽은 허공에 피를 뿜으며 뒤로 물려나더니 검을 지지대 삼아 바닥에 무릎을 굽힌다. 아군은 부상당한 남궁벽의 앞에 떨어지며 수라마령신공의 벽결로 남궁벽의 머리를 공격했다. 바닥에 무릎을 끌고 있던 남궁벽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더니 아군의 향해 검을 뿌린다.

“제왕검형(帝王劍形)”

남궁벽이 검이 갑자기 일자나 길어지며 아군의 강기를 두부처럼 베어버리고 아군을 베어온다. 남궁벽이 검강(劍剛)으로 아군을 공격한 것이다. 아군은 급하게 뒤로 물려나며 품속에서 설비(雪匕)을 꺼냈다. 남궁벽이 지니고 있는 것은 벽력신검이다. 거기다가 검강으로 자신을 공격하니 맨손으로 남궁벽을 상대한다는 것은 자살행위 같았기 때문이다.

“음양검법 인의천검류~”

설비의 검영(劍影)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벽력신검이 만들어낸 검영(劍影)들을 베어버리며 남궁벽의 거골혈(오른쪽 어깨)을 뚫어버린다.

“쨍그랑~ 크윽~”

남궁벽은 벽력신검을 떨어트리며 뒤쪽으로 힘없이 날아간다. 아군은 남궁벽이 검을 떨어트리자 발로 바닥에 떨어진 남궁벽의 검을 걷어차 버리고 남궁벽에게 달려가 그의 마혈을 제압해 버리니 남궁벽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바닥에 쓰려져 버린다. 음양검법의 인의천검류는 절대쾌검식이다. 다만 지금까지 아군의 내력을 이겨낼 만한 검이 없었기 때문에 음양검법을 펼치면 검이 폭죽처럼 터져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설비는 아군의 내력을 감당하며 인의천검류 본래의 절대쾌검식이 펼쳐진 것이다. 아군은 설비를 품속에 갈무리하고 남궁벽의 뒷덜미를 잡고 멀리 떨어진 벽력신검을 잡아 하늘높이 솟구친다.

“전투는 끝났다. 모두 멈추어라.”

아군의 사자후가 평원에 쩌렁쩌렁 울리니 철기군의 말들이 앞발을 들고 신음하고, 한참 치열하게 싸우던 무사들도 귀를 막고 분분히 물려난다. 

“철기군은 모두 물려나세요.”

남궁벽과 아군의 싸움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소하가 아군이 남궁벽을 제압하자 철기군을 후퇴시켰다. 

“후퇴하라..........후퇴~”

철기군 대장의 후퇴명령에 철기군이 썰물 빠지듯 전장에서 빠져나오며 자연스럽게 양쪽 진형이 나누어진다. 아군은 남궁벽을 안고 소하의 옆에 내려섰다.

“군랑 수고하셨어요.”
“이제 전투를 끝내죠.”
“이놈 놓아라........감히.........당장 놓지 못해.”

남궁벽은 아군에게 잡힌 상태에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군은 차갑게 웃으며 남궁벽을 던져버리니 마혈이 제압된 남궁벽은 통나무처럼 바닥에 쓰려진다. 아군은 소하와 벽하의 말 등에 있던 황보명과 황보혜경도 남궁벽의 옆에 내려놓았다. 황보세가의 무사들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자신들의 대공자와 소공녀가 포로로 잡혀있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철기군과 아군일행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지켜볼 뿐이다.

“이놈들 당장 대공자를 풀어주지 못할까?”

남궁세가 무사 중 한명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를 지른다. 소하는 차갑게 웃으며 겉에 있던 철기군의 검을 뽑아 바닥에 쓰려진 남궁벽의 어깨에 올렸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놈이 있으면, 이놈의 목을 베어버리겠다.”
“뭐.......뭐야. 이놈들이 감히~”
“흥~ 주제를 모르는군. 살려달라고 빌어도 살려줄까 말까한 상황에서 어디다가 큰소리야~ ............이놈의 목숨을 살리고 싶으면 당장 검을 버려라.”

소하의 앙칼진 말에 남궁세가 무사들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소하의 말대로 남궁벽이 잠히 있는 이상 칼자루를 잡은 쪽은 상대방이다. 남궁벽은 자신의 목을 검이 거누고 있자 조금 전의 기세(氣勢)는 어디 갔는지 불안한 눈으로 소하를 올려다본다.

“아군.......잠깐 검을 줘봐~”

상황을 지켜보던 초벽하가 아군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군은 들고 있던 벽력신검을 초벽하에게 전해주니 초벽하는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서더니 황보명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크악~ 무슨 짓이냐.”

황보명의 상의가 걸레가 되어 날아가며 상체가 들려난다. 

“다음에는 옷이 아니라 이놈의 목이 날아갈 거야. 이놈을 살리고 싶으면 당장 검을 내려놓아.”

초벽하의 말에 황보세가 무사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초벽하의 표정이나 기세로 보아 당장이라도 황보명을 베어버릴 기세였기 때문이다.

“남궁세가도 마찬가지야. 당장 내려놓아라.”
“이런 빌어먹을.”
“..........쨍그랑~..........쨍그랑~”

남궁세가의 무사들도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던진다.

“철기군........저들의 무기를 수거하세요.”

소하의 명령에 철기군이 황보세가와 남궁세가 무사들의 검을 수거해 왔다.

“군랑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놈들을 사사천교까지 잡아갈 가요?”

아군은 수라기를 사용하고 부상까지 당한 상황이라 수라기가의 마기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었다. 아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기를 억누르고 한숨을 쉬었다.

“항복했으니 그냥 보내줍시다.”
“군랑........이놈들은 풀어주어도 다시 덤벼들 놈들입니다.”

소하가 아군의 말에 팔짝되었다. 이번전투로 철기군의 피해를 보았다. 이대로 놈들을 풀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소하.........그냥 풀어주세요. 이들도 느낀 것이 있을 겁니다.”
“군랑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놈들은 우리의 적(敵)입니다.”
“그들은 적(敵)이 아닙니다. 모두 배화교에 맞서 싸워야할 동료들입니다.”
“소하야. 아군 말대로 해. 그놈들을 여기서 죽이면 남궁세가와 황보세가와는 앞으로 영원히 적(敵)이 되는 거야.”

소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남궁벽의 목을 거두고 있던 검을 거두었다. 아군은 소하가 물러나지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아군은 차가운 눈으로 남궁벽과 황보명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저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여러분들을 기억하고 있어요. 사실 옛날 여러분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풀어줄 마음이 없어요. 하지만..........지금은 개인적인 원한은 접기로 했습니다.........풀어주기 전에 몇 가지만 말씀드리죠. 모든 일을 처리함에 있어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수박의 겉껍질만 보고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르는 겁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안쪽 깊숙한 곳을 보려고 노력하세요.......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제가 당신들이 우릴 공격한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문이란 과장되고 왜곡(歪曲)되기 마련입니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세요.”

아군은 할말을 끝내고 남궁벽과 나머지 사람들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남궁벽과 황보명은 혈도가 풀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아군을 공격했다. 아군은 칠성둔형으로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한 다음 수라마령신공의 분(分-나누다)결로 남궁벽과 황보명의 가슴을 공격했다. 마혈이 제압되어 잠깐 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남궁벽과 황보명은 몸이 풀리지 않아 아군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장을 맞고 뒤로 주르륵 밀려나며 피를 토한다. 아군은 양팔을 떨어내고 차가운 눈으로 남궁벽과 황보명을 노려보았다.

“실력을 인정하지 못하는군요. 지금 당신들 실력으로는 날 이길 수 없어요.”
“이놈이 감히~”
“오라버니 그만하세요.”

황보명이 다시 아군에게 달려 들려하자 황보혜경이 벌떡 일어나 황보명의 팔을 잡는다.

“놔라! 내가 저런 놈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오라버니 더 이상 창피당하기 전에 당장 그만하세요. 세가무사들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그리고 벽오라버니도 그만두세요.”
“빌어먹을~~”
“제기랄~”

남궁벽과 황보명은 아군을 잠깐 놀려보더니 세가무사들을 향해 달려가 버린다. 황보혜경은 달려가는 두 사람을 보더니 한숨을 쉬고 다시 아군을 돌아본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오늘 일을 보답할 날이 있을 겁니다.”

황보혜경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아군은 벽하에게 검을 받아 황보혜경에게 던져주었다. 남궁벽은 창피하고 분한 마음에 가문의 보물인 벽력신검도 챙기지 않고 가버렸던 것이다.

“대신 전해주세요.”

황보혜경은 바닥에 떨어진 검을 보며 부르르 떨더니 검을 주웠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려가죠.”

황보혜경도 돌아선다. 드디어 전투가 끝난 것이다. 황보혜경까지 돌아가자 남궁세가와 황보세가의 무사들은 사상자들을 수습해서 물려갔다. 아군은 멀어지는 세가무사들을 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 별과 달이 반짝인다. 지상에서 끔찍할 살육이 벌어져도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과 달은 아름답기만 하다.

“군랑........빨리 마차로 가요.”

소하가 아군의 손을 잡고 마차로 끌고 간다. 아군의 어깨에서 아직도 계속해서 피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군은 소하의 손에 이끌어 마차로 들어갔다. 소하는 아군이 올라오자마자 마차의 문을 닫고 아군의 상의를 벗기니 아군의 상처가 들려났다. 상처가 싶다. 아군이 어떻게 지금까지 참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하는 마차의 구석으로 가더니 약을 담아두었던 상자를 가져와 아군의 상처에 지열제를 바른다.

“으음~”
“아파요. 이걸 어떻게.........조금만 참아요.”
“괜찮아요. 못 참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때 마차 문이 열리며 벽하가 들어왔다. 소하는 벽하가 들어와도 쳐다보지도 않고 아군의 상처을 치료하는데 정신이 없다.

“군랑........상처가 너무 커요. 약만 발라서 치료될 상처가 아닙니다.”

소하는 실과 바늘을 찾는다. 벽하는 아군에게 다가와 상처를 살펴보더니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소하야. 바늘은 필요 없어. 이정도 상처라면 경옥고(硬玉膏)만 발라줘도 돼.”
“뭐야~ 경옥고를 가지고 있어. 경옥고를 가지고 있으면 빨리 말해야지.”

경옥고는 천마마련에서 만든 약으로 흔히 쓰이는 금창약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난 있는 약이다. 벽하는 경옥고를 듬뿍 펴내서 아군의 상처에 골고루 발라주더니 한쪽에 놓아둔 술병을 들어 아군에게 내밀었다.

“다 됐다. 치료 끝.............자 이제 한잔해.”
“무슨 짓이야. 군랑은 환자란 말이야.”
“야야~ 너는 술을 안마시니 모르겠지만 술 한 잔 마시면 통증도 가시는 거야. 안 그래 아군~”

아군은 피식 웃더니 술을 받아서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벽하의 말대로 술이 들어가니 술기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통증이 가신다.

“소하야~ 정리 끝났으면 출발하라고 해. 서둘러야겠어.”
“그래........알았어.”

소하는 창문을 열고 철기군 대장에서 출발명령은 내렸다. 사사철기군과 마차가 다시 온주를 향해 출발했다. 아군은 마차가 출발하자 자신의 상의 속에서 설비를 꺼내본다.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설비가 괜찮은(?)지 확인도 못했다. 아군이 조심스럽게 설비를 꺼내 검집에서 검을 뽑아보았다. 마차 안에 싸늘한 냉기가 감돌며 하얀빛이 번쩍거린다. 아군은 설비를 유심히 살펴본다. 

“무엇을 그리 유심히 보세요.”
“아니..........혹시라도 잘못되지 않았나하고요.”
“제가 살펴볼게요.”

소하가 아군에게 설비를 받아 자신이 살펴본다. 설비는 본래 소하의 물건이니 설비에 대해서는 아군보다 소하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초벽하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소매로 입술을 닦는다.

“크윽~ 좋다.......그런데 말이야. 싸움이 너무 신겁에 끝난 것 같아.”
“군랑이 적의 우두머리를 생포해서 그래.”
“소하는 그놈들 누군지 알아.”
“그 젊은 놈들 말이야. 글쎄.......대충 들어보면 남궁세가와 황보세가의 공자들 같던데.......나도 처음 보는 놈들이라 자세히 모르겠어.”
“사내놈들은 사내놈들이고........그년 말이야..........얼굴도 곱상하고 몸매도 볼만하고........정말 누군지 모르겠어.”
“남궁세가의 남궁벽, 황보세가의 황보명과 황보혜경입니다. 황보혜경은 무림사미 중 한명이죠.”

아군의 담담한 말에 소하와 벽하가 아군을 바라본다. 아군은 어떻게 그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군이 남궁벽일행에게 하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을 알고 있는 눈치다.

“군랑은 그들을 알고 있었어요.”
“옛날에 한번 만난 적이 있어요. 한 3년 정도 지난 것 같군요. 그때 칠대세가의 자식들을 여러 명 만났어요. 그때 그들도 있었어요.”
“그들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초벽하의 물음에 아군은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당시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과 수혜가 모용세가를 찾아갔는데........그날이 마침 칠대세가 후지기수들의 화합이었다는 이야기.......모용세가의 모용천악이 수혜를 탐내 벌어졌던 사건.......그리고 모용세가의 추적자들로부터 도망치다가 잠마동에 들어간 사연에 대해 모두 이야기했다. 초벽하와 하후소하는 아군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양 화를 낸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그놈들을 용서해 주었단 말이야.”
“모용천악이 나쁜 놈들이지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흥~ 똑같은 놈들이야. 정도(正道)를 추구한다는 놈들이 약자를 돕지도 않고 오히려 괴롭혔던 말이잖아. 정말 모두 그놈이 그놈들이다.”
“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하여튼 전투가 빨리 끝나서 다행입니다.”
“아마 양쪽세가의 가주나 원로들은 우리가 사사철기군과 함께 있으니 그들이 우리를 주로 감시만 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기회에 암습으로 승산을 노릴 것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남궁벽이나 황보명은 영웅심에 눈이 어두워.......서로 공을 다투다보니 협동도 되지 않고 각개격파를 당한 겁니다. 한마디로 멍청한 수장 때문에 부하들만 죽어난 거죠.”
“그건 그래........놈들에게 경험 많은 노병이나 똑똑한 군사가 있었다면 힘든 싸움이 됐을 거야.”
“놈들의 패착은 평원에서 철기군을 공격했다는 것........그리고 군랑의 무공실력도 모르고 무턱대고 공격을 감행한 겁니다...........물론 군랑에게도 문제는 있어요.”
“예? 저요.”

소하의 말에 아군이 되물었다.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아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소하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군랑은 싸움을 빨리 끝낼 욕심에 수비를 무시하고 공격일변도로 상대를 제압했어요. 만일 군랑이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상대를 살피며 싸웠다면 지금처럼 부상당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군랑은 지금 내상도 입었어요. 아마 황보명인가.........그놈에게 당했을 겁니다.”
“내상까지 입었단 말이야.”

초벽하의 물음에 소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군랑........만일 남궁벽인가 하는 놈이 고수였다면 군랑은............죽었어요........아무리 군랑의 몸이 금강불괴이고 수라마령신공이 군랑을 보호한다고 해도 검강이나 도환(刀環)에 당하면 군랑도 무사하지 못해요. 더구나 무림에는 금강불괴도 베어버리는 무기들이 13가지나 전해지고 있었어. 설비나 오늘 군랑이 보신 벽력신검 말고도 11가지나 더 있죠.”
“그래........우리 천마마련에 전해지는 참마도(斬魔刀)도 그래........아참 참마도도 십대기병중 하나지.”
“군랑........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 하지 마세요. 제가 얼마나 가슴 졸인지 알기나 하세요.”

아군도 소하가 무슨 말을 하고자하는지 알고 있다. 무림에 십대기병과 삼대신병이 전해진다는 사실은 아군도 알고 있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그러나저러나 설비는 괜찮은 겁니까?”
“군랑이 알겠다고 말씀 하시니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설비는 아무 이상 없어요. 다만 손잡이 부분이 조금 헐거워진 느낌입니다.”
“혹시 망가진 것 아니겠죠.”
“호호호~ 그만한 충격에 망가질 물건이면 십대기병에 들지도 못했죠. 걱정하지 마세요. 자요. 군랑이 직접 살펴보세요.”

아군은 설비를 받아 유심히 살펴본다. 설비의 하얀 검신이 반짝인다. 아군은 수라기를 눈에 집중하고 설비를 살펴보니 설비의 표면에 미세한 흠집 같은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정도 흠집이라면 아무 이상 없을 것이다. 아군은 설비를 품에 갈무리했다.

“소하야.......처음에는 홍인과 사대금강이 찾아왔고..........다음으로 남궁세가와 황보세가 공격했어.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글쎄........ 잘 모르겠어.”
“소림, 무당, 화산이 우릴 조사하기 위해 출발했어. 남궁세가와 황보세가가 우릴 공격했어. 이건 말이야. 구파일방과 칠대세가가 이번 일에 모두 나섰다는 거야.”
“너는 그렇게 생각해.”
“돌아가는 상황이 그래.........소하 너도 알지만 무림맹의 오향오당의 무사들은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의 무사들이었어..........그들은 영창평원에서 죽어간 자파 일물들의 복수를 위해서도 군랑을 잡으려 할 거야.”
“음~ 그래..........백도 놈들은 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소하는 창문을 열고 사사철기군의 대장을 불렸다. 철기군의 대장이 마차 겉으로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철기군의 피해는 어느 정도죠.”
“사망 23명, 부상 13명입니다.”
“대장님 사상자들을 가까운 지부로 보내고 나머지 인원은 전속력으로 본교로 달려가세요.”
“존명...........”

사사천기군은 사망자의 시체와 부상자들을 가까운 사사천교의 지부로 보내고 나머지 일원은 사사천교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계속>>

ps : 계속해서 9장........장수초과다. 역시 전투신은 분량조정하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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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향(睿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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