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88(설비(雪匕)의 비밀)-13

소하는 풍운이 불안한 표정으로 정원을 서성거리고 있자 자신도 밖으로 나왔다. 풍운이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운랑~ 어디 불편하세요.”
“좀 불안해서 그래요. 저 때문에 문제가 생겼잖아요.”
“운랑은 본교의 손님입니다. 운랑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거죠.”
“휴~ 괜히 온 것 같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십대사왕님이 나섰으니 잘 해결될 겁니다.”
“아무래도 제가 가보는 것이 좋겠어요. 저들의 목적은 저 아닙니까?”
“운랑 나가면 문제만 더 복잡해져요. 그냥 있는 것이 사사천교를 도와주는 겁니다.”
벽하도 밖으로 나오며 풍운을 설득한다. 풍운은 소하와 벽하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고 있다. 그녀들의 말대로 사사천교의 체면도 있으니 자신이 나서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대로 있자니 불편하고 자신이 나설 입장도 아니다. 그때 시녀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가씨........아가씨.”
“무슨 일이야.”
“무당과 벽력세가 무사들이 물려갔다고 합니다.”
“정말~ 정말로 그들이 물려갔어.”
“예~ 조금 전에 사왕님들이 돌아오셨습니다.”
“잘 해결된 모양이구나.”
“약간의 충돌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일단 물려가지만 내일 다시 오겠다고 했답니다.”
“그럼 일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잖아. 그럼 뭐야~. 내일까지 본교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거야.”
“예~ 그런 모양입니다.”
“휴~ 사왕님들을 뭐라고 하셨다고 하더냐.”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가 있었답니다.”
“그래~ 휴~ 수고 했다. 그만 물러가라.”

시녀는 소하에게 인사를 하고 물려갔다. 풍운일행의 얼굴이 어둡다. 일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하야. 내가 궁금한 것이 있어. 다른 건 아니고 좀 미심적은 부분이 있어서 말이야.”
“말해봐~ 어떤 점이 미심적다는 거야.”
“사사천교의 경비망이 이렇게 허술했던가? 어떻게 환상연무대진이 깨질 때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을 수가 있지. 무슨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니.”
“환상연무대진은 정사대전이후 설치한 것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깨진 적이 없었어.”
“운랑 예전에 사사천교에 들어온 적이 있잖아. 그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알기로 운랑은 진을 간파하고 생로를 따라 들어오셨어. 진이 깨진 것이 아니라 간파당한 거지. 운랑 제 말이 틀렸나요.”
“맞아요. 제가 잠마동에서 진에 대해 배운 것이 있었기 때문에 환상연무대진의 생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네 말은..........한번도 깨진 적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는 말이야.”
“평소에도 보통 진 안쪽만 감시하지 밖을 감시하지는 않아.”
“그래.........그렇단 말이지. 진이란 것이 믿을 것이 못되는 건데 말이야. 그건 그렇다고 치고..........어떻게 할 거야. 무슨 대책이 있어야지.”
“사왕님들이나 아버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설마 본교가 운랑 한명 보호하지 못하겠어.”
“글쎄.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만하자. 다 잘 될 거야.”

소하는 벽하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을 막았다. 풍운의 얼굴이 어둡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자신들까지 떠들어서 풍운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소하는 어떻게 해서는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우리 점심 먹고 사인곡에 가요. 설비의 비밀을 풀어야죠.”

소하가 화제를 돌렸다. 고민이 있을 때 일에 미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풍운이 소하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누군가 소향정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소하가 돌아보니 혈영검이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죠.”
“마수마랑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올라왔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할말이 있으면 저에게 하세요.”
“소하.........잠깐만........말씀하세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던 풍운이 소하의 말을 막으며 자신이 앞으로 나선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오늘 유시에 술이나 한잔 했으면 합니다. 저하고 형님이 마련한 자리니 꼭 참석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유시에 뵙도록 하죠.”
“자.........잠깐만..........”
“하하하~ 그럼 유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혈영검은 자신의 말이 끝나자 바로 돌아서버린다. 소하는 무슨 말을 했지만 그전에 풍운이 대답했고 혈영검이 돌아서서 말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저놈들이 무슨 꿍꿍이로 술을 먹자고 하는 거지.”

벽하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멀어지는 혈영검을 보면 말했다.

“가보면 알겠죠.”
“휴우~~ 이미 대답 하셨으니 어쩔 수없네요..........대신 우리함께 가죠.”
“저에게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혼자 가겠습니다.”
“하지만.........”
“운랑 말대로 해. 남자들끼리 할말이 있다고 하잖아.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소하는 쓰게 웃고 말았다. 벽하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혈영검과 별도로 지옥일룡은 십대사왕을 비밀리에 만나 혈영검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십대사왕들도 풍운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혈영검의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다. 특히 풍운에게 원한이 있는 삼목사령은 지극 협조하겠다고 나섰다. 지옥일룡은 모종의 장소에 술상을 마련해 두고 마치 술을 먹다가 일어난 것처럼 꾸며놓았다. 나중에 공녀가 물어보면 변명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유시가 되었다. 소하는 풍운의 의복을 챙겨주고 혹시 몰라 설비를 전해주었다. 불안한 모양이다. 풍운은 설비를 받아 품에 갈무리했다. 

“지니고 가세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안심하세요. 설비까지 챙겨가잖아요.”

풍운이 소하에게 대답하고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혈영검이 올라왔다.

“절 기다리신 겁니까?”
“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설마 공녀님이나 하벽님이 동행하시는 거는 아니죠.”
“저만 보자고 하셨잖아요. 두 분은 이곳에 계실 겁니다. 자~ 가시죠.”

혈영검과 풍운이 소향정을 출발했다. 소하와 벽하는 불안한 눈으로 풍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풍운을 말리고 싶다. 혈영검과 풍운이 소향정을 출발한 그 시간에 지옥일룡은 후문 쪽을 지키던 무사들을 매수하여 후문을 비우게 한 다음 혈영검과 약속한 장소로 달려갔다. 풍운이 조금 가다보니 지옥일룡이 나타났다. 

“아니 형님까지 나오셨습니까?”
“하하하~ 귀한 손님이 오는데 내가 마중 나와야지.”
“안녕하세요. 풍운이라고 합니다.”
“인사가 나중에 하고 자~ 갑시다.”

지옥일룡은 풍운과 인사를 뒤로 미루고 혈영검에게 눈칫을 보낸다. 혈영검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각본대로 풍운을 데리고 사사천교를 돌기 시작했다. 풍운은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사사천교가 워낙 넓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혈영검과 지옥일룡을 따라갔다. 혈영검이 지옥일룡에게 눈짓을 보낸다. 천천히 작업(?)에 들어가지는 말이다. 지옥일룡과 혈영검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풍운도 그들을 따라 발걸음이 빨라지더니 급기야는 주위 사물이 빠른 속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세 사람모두 경공을 발휘하여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풍운은 지옥일룡이나 혈영검이 자신을 시험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사사천교 내에서 경공까지 써가며 달리겠는가? 지옥일룡이나 혈영검이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고 풍운도 음양비로 그들을 따라간다. 지옥일룡의 눈에 멀리 후문이 보인다. 그는 혈영검에게 눈짓을 보내고 둘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 풍운도 하늘로 솟구친다. 혈영검은 뒤쪽을 힐긋 바라보더니 자신이 선두로 해서 현원자가 기다리는 숲 속으로 달려갔다. 삽시간에 세 개의 인영이 사사천교 후문을 빠져나와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 속에는 무당오검과 현원자 그리고 일단의 무림인들이 모여 있었다. 풍운도 그들을 발견했지만 이미 그들 앞에 도착한 이유였다.

“약속대로 마수마랑을 데려왔습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혈영자는 풍운을 내버려두고 지옥일룡과 함께 다시 사사천교로 달려갔다. 현원자나 다른 사람이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꽁지가 빠지라 도망(?)치는 것이다. 풍운도 혈영자를 따라가려 했다.

“당신은 저희랑 이야기 좀 하시죠.”

갑자기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풍운은 뒤로 돌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강기를 막았다.

“펑~~~” 
“저는 무당의 현원자라고 합니다.”

풍운은 자신에게 장을 날린 사람을 보며 천천히 착지했다.

“방금 현원자라고 하셨습니까?”
“예~ 제가 무당의 현원자고 여기 있는 분들은 무당오검과 벽력세가 무사들입니다.”
“안녕하세요. 악무석이라고 합니다. 화무폭랑 악무룡의 형이죠.”

풍운은 주위를 둘려보며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위를 둘려보니 현원자를 비롯한 수많은 무림인들이 보인다. 지옥일룡과 혈영검이 자신을 현원자일행에게 넘긴 것이다. 현원자와 말하는 사이에 무당오검과 벽력세가 무사들이 풍운을 포위한다. 혹시나 풍운이 도망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풍운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떻게 할까? 도망칠까? 아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도망친단 말인가? 어떻게 생각하면 잘된 일이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지옥일룡이나 혈영검을 욕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의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간 자신이 한심한 거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풍운을 생각을 가다듬고 현원자를 주시했다.

“아침에 절 보자고 하셨다죠.”
“그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어요.........당신이 마수마랑이 맞습니까?”
“예! 제가 마수마랑입니다.”

화원명이나 악무석은 풍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소문 의하면 마수마랑은 20대 초반의 미남자라는 말도 있고, 중년의 사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사내는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현원자는 마수마랑이 역용술을 익히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지금도 역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역용을 한 겁니까?”
“예~ 사정이 있어서 역용을 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수마랑 본인이란 말씀이죠.”
“몇 번을 대답해야 합니까? 자 이제 절 보자고 한 용건을 말씀해 보세요.”
“제가 먼저 물어보겠습니다.”

현원자보다 악무석이 먼저 나선다. 악무석의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혈영검의 말에 의하면 현재 사사천교에는 사호팔랑 중에서 당신만 있다고 하는데........그 말이 사실입니까?”
“예~ 사실입니다.”
“그럼 무룡이는 어디로 간 거죠.”
“예~ 무룡이라니요.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악무룡의 형입니다. 지금 무룡이 때문에 세가가 벌컥 뒤집어졌어요. 그놈 지금 어디 있습니까?”

풍운이 악무석을 천천히 살펴보니 무룡과 닮은 구석이 많다. 정말 악무룡의 형인 모양이다. 사실 무룡이 벽력세가 출신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가 무룡의 형이라 해도 나머지 일행의 행방을 알려줄 수는 없다.

“악무룡은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어디 있냐고 묻지 않습니까?”
“죄송한 말이지만 무룡의 행방에 대해서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이것보세요. 제가 무룡이 형이라고 말씀드렸죠. 지금 세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세요. 아예 발칵 뒤집어졌어요. 집안 어른들은 당장 그놈을 잡아오라고 하시고 아버님은 성질을 못 이겨서 쓰려지셨어요.”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말씀 못 드립니다. 3개월만 기다려 주세요. 그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공자님.......말이 통하지 않은 놈입니다. 일단 놈을 제압하고 보죠.”

악무석의 옆으로 40대 중년남자가 다가와 말한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전에 저도 볼일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현원자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무슨 일로 당신을 보자고 한 건지 대충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현원자님이 궁금해 하는 것은 홍인스님이나 화원명님에게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당신이 그분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대충 들었어요. 제가 당신을 보자고 한 것은 의문사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말대로 사호팔랑이 흑도무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치죠. 그런데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사천교가 왜 당신을 보호하고 있는 거죠.”
“이게 보호하는 겁니까? 저들은 저를 당신들에게 넘기지 않습니까?”
“당신이 데려온 사람은 혈영검이었습니다. 그는 비밀리에 저에게 접근했죠. 다시 말하면 당신이 넘긴 것은 혈영검 개인이지 사사천교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뭐~ 할 수 없죠. 그럼 이렇게 설명하면 될까요. 저와 하후소하님이 친분이 있기 때문에 저를 보호하려 했던 겁니다.”
“하후소하님이라면 사사천교 교주님의 딸님을 말씀하시는 거죠.
“예~”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안돼요. 지금 무림전체가 사사천교를 주시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사사천교가 그런 위험을 감수한단 말입니까?”
“대체 무슨 말씀하시고 싶은 거죠. 제가 지금까지 했던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하시고 싶은 겁니다.”

풍운은 하후소하나 초벽하와의 관계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사인마도의 허락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정식으로 혼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숙~ 저놈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 놈을 제압한 후에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당오검 중에 한명이 현원자의 귀에 속삭인다. 현원자도 비슷한 생각이다. 사사천교가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무림공적인 마수마랑을 보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는 풍운이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제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군요..........오당오검! 놈을 제압하세요.”

현원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당오검이 풍운을 포위하며 검을 뽑았다. 무당의 유명한 오행검진이 펼쳐진 것이다. 풍운은 입술을 깨물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도망치는 것은 쉽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음양비는 전설의 청풍비행보다 빠른 경공이기 때문이다. 풍운이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무당오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두 자루 검이 환도혈(허벅지)과 환조혈(다리)을 향해 날아오고 등 쪽에서도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이 들린다. 풍운 급한 김에 칠성둔형으로 검을 피하며 수라기를 끌어올리니 몸이 삽시간에 금색으로 빛나다가 하얀색으로 변한다. 십일 성의 수라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흥~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 이건 당신들이 자초한 겁니다.”

상대의 공격이 시작된 이상 도망치긴 힘들다. 싸워서 이겨야 한다. 풍운은 검을 피하는 와중에 주위를 둘려보았다. 한쪽에는 현원자가 팔짱을 끼고 싸움을 관전하고 있고,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벽력세가 무사들은 호시탐탐 자신을 공격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 적이 많다. 무당오검과의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풍운이 옆구리로 날아오는 검을 금나수로 잡으려하니 검을 쳐낸 무사는 어의가 없다는 표정으로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검이 풍운의 손을 베어버릴 기세로 날아온다. 대결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풍운의 손이 날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퍽~”
“..........수라마령신공 벽파(劈破)” 
“크아아악~”

풍운이 무당오검의 검을 잡고 자신에게 끌어당기니 무당오검은 검을 놓지 않고 풍운에게 따려왔다. 검은 무사의 생명이다. 적의 베지도 못하고 잡힌 것도 수치스러운데 어떻게 검까지 빼앗긴단 말인가? 풍운이 반대편 팔로 따려온 무사의 가슴을 후려치니 상대는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져 나간다. 무당오검이 무당사검 되는 순간이다. 또한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오행검진까지 깨어져버린 것이다. 진세가 흐트러지자 풍운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무당오검을 공격한다. 어이없게 한명의 동료를 읽어버린 무당사검은 풍운을 무섭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한 자루 검이 코끝을 스치며 지나가고, 또 한 자루 검이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이런 식이라면 끝이 없다. 풍운은 한쪽을 포기하고 전면에 있는 두 명의 무사들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풍운의 뒤쪽에 있던 무사들이 검이 신도혈(허리)과 견정혈(어깨)을 노리고 날아왔고 앞에 있는 무사들의 검도 풍운의 목과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풍운 수라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는 한편 수라마령신공을 금나수로 운용하여 착(捉-잡다)결로 심장과 목으로 향해 날아오는 두 자루 검을 잡은 것과 동시에 다리를 박차고 날아오르니 신도혈과 견정혈을 공격하던 검들이 풍운의 다리를 길게 베어버린다. 손과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온다. 비록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고통까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풍운은 이를 악물고 공중으로 솟구친 다리에 수라기를 집중하고 몸을 둥글게 말아서 각법(脚法)으로 검을 잡은 무사들의 옥침혈(뒤통수)를 가격하니 두 명의 무사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충격에 검을 떨어트리고 기철해 버리고 만다. 

“이놈~ 죽어라.”

두 명의 동료까지 쓰려지자 악이 받친 무사들이 공중에 떠있는 풍운의 허리를 열십자로 베어온다. 풍운은 공중에 뜬 상태라 날아오는 검을 피하지 못할 것 같아 품속에서 설비를 꺼내 두 자루 검을 쳐내는 것과 동시에 음양삼검의 인의천검류을 실천하여 무사들을 공격하니 설비의 검영(劍影)이 섬광(閃光)같은 속도로 무사들의 이간혈(손등)을 베어버린다.

“쨍그랑~” 

이간혈을 베인 무사들이 검을 떨어트리며 비틀거리고, 땅에 착지한 풍운은 것 몸을 회전하며 선풍각(仙風脚-몸을 360도 회전하며 양쪽 다리로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으로 무사들의 중정혈(가슴)을 걷어차 버리니 무사들이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가 버린다. 지금까지 설명은 길었다. 하지만 무당오검의 공격이 시작되고 풍운이 이들을 물리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반각에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었다. 풍운은 설비를 품속에 갈무리하고 천천히 돌아선다.

“그........금강불괴!”

현원자는 풍운의 무용(武勇)에 입이 벌어진다. 무당오검이 처음부터 풍운을 깔보고 전력을 다하지 않다가 상식 밖의 공격에 허망하게 무너진 점도 있지만 그런 것을 모두 간과(看過)한다고 해도 풍운의 무공은 엄청난 것이다. 풍운은 무당오검의 검을 맨손으로 잡았다. 금강불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당오검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상대가 금강불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만일 처음부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검강(劍剛)으로 상대했을 것이다.

“당신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몸까지 금강불괴일 줄은 몰랐군요.”
“이번에는 당신입니까?”

현원자의 인상이 구겨진다. 풍운이 무당오검에게 승리했다고 자신까지 깔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흥~ 무당오검을 물리쳤다고 기고만장하군요. 좋아요. 제가 당신을 상대해 드리죠.”
“쨍~” 

현원자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내니 주위가 환해진 느낌이다. 검에서 청야한 빛이 번쩍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검은 청명검(淸明劍)이라고 합니다. 금강불괴도 두부처럼 베어버리죠.”
“청명검?..........그것도 무림십대기병 중 하나인 모양이죠.”
“무림십대기병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 검이 무림십대기병라면 저도 무기를 사용해야겠군요.”

풍운이 다시 설비를 꺼낸다. 상대가 무림십대기병을 사용한다면 맨손으로 상대하긴 힘들다. 저번에 남궁벽에게 호되게 당해보지 않았던가? 풍운이 설비를 빼내니 주위에 차가운 냉기가 흐르며 하얀 빛이 번득인다.

“그 단검은 설마 설비~.........설비는 사사천교의 신물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당신 손에 있죠.”
“그런 물음에 대답할 필요는 없겠죠. 그리고 당신도 설비를 알고 있으니 제도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군. 좋아요. 무림십대기병의 대결이라........가슴이 설레는 군요.”

현원자는 말을 마치고 청명검에 내공을 주입하니 밝게 빛나던 청명검이 현원자의 키만큼이나 늘어난다. 상대가 금강불괴라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검강(劍剛)을 사용할 모양이다. 풍운도 설비에 수라기를 집중하니 설비가 장검(長劍)처럼 길어진다. 현원자는 검에 정신을 집중하고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흥분을 가라앉힌다.

‘자신을 버리고 상대도 버려야. 오직 검에만 집중하라.’

현원자는 사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버리고 오직 검만 생각한다. 풍운도 설비에 수라기를 집중하며 상대를 주시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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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향(睿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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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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