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96(마도(魔道)의 길)-1

거대한 연무장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사천교에 있는 대부분의 무사들이 모인 모양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된다. 풍운일행이 연무장으로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흰색무복에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마수마랑이다. 마수마랑의 곁에는 연두색 궁장을 입은 공녀(소하)와 남색 무복을 입은 초하벽의 모습이 보인다. 풍운은 연무장에 모인 무수히 많은 무사들을 보니 심장이 쿵쾅거린다. 무사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빛으로 ‘새파란 애송이가 감히 교주님께 비무를 요청하다니........죽지 못해 안달을 하는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마수마랑은 비무대로 올라오세요.”

비무대 위에 있던 60대 중반의 노인이 풍운에게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풍운은 소하를 힐긋 바라본다. 비무대 위에 있는 노인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혈장(血掌)이라는 별호를 가진 본교의 장로님입니다.’
‘십대사왕이 장로들 아니었어.’
‘십대사왕은 본교의 호법이에요.’
‘그럼 십대사왕 위에 장로들이 있었다는 말이야.“
‘예~ 본교에는 혈장장로님 외에 2분의 장로님이 더 계세요. 아마 그분들도 여기어디에 계실 겁니다.’

소하의 전음을 들은 풍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땅을 박차고 하늘높이 솟구치더니 무사들의 머리 위를 날아 비무대 위에 사뿐히 착지했다. 풍운은 비무대에 올라 장내를 살펴보았다. 한쪽에 즐비하게 놓여진 의자에 십대사왕이 앉아있고, 십대사왕의 옆에는 지옥일룡과 혈영검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나이 지극한 2명의 노인이 앉아있고 주위에 몇 개의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와~ 아아아아~” 

무사들의 함성이 들린다. 풍운의 경공을 보고 무사들이 탄성을 지르는 것이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혈장장로의 말에 주위가 조용해 졌다. 

“여러분에게 미리 공지했듯이 지금 이 자리는 여기 있는 마수마랑께서 교주님께 비무를 요청하여 마련된 자리입니다.”
“장로님.......비무라고 하셨는데........다른 뜻은 없습니다.”

비무대 주위에 모여 있던 무사하나가 질문한다.

“질문 잘했어요. 교주님은 오늘 비무에서 승리하는 자에게 교주자리를 물려주신다고 하셨어요.”
“웅성.........웅성...........웅성”

비무대 주위에 모여 있는 무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장로는 다시 장내를 조용히 시킨다.

“모두 조용히들 하세요.........오늘 이 자리는 꼭 마수마랑만을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닙니다. 본교에 식솔들 중에 차기 교주를 꿈꾸는 자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분들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제공됩니다.”
“그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그건 아닙니다.”
“기준을 말씀해 주세요.”
“본교와 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무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즉 본교의 제자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장로님.........마수마랑은 본교의 제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무사들의 질문에 장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마수마랑은 공녀님과 혼인하기로 언약한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교주님의 사위가 되는 겁니다.”
“웅성..........웅성...........웅성.”
“장로님 그러면 마수마랑이 공녀님의 남편이 되는 겁니까?”
“예~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교주님께 허락하신 일입니까?”
“예~ 교주님께서도 허락하셨습니다.”
“그럼 초하벽공자와의 혼약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무사들의 물음에 소하가 비무대 위로 날아올랐다. 장로보다는 자신이 대답하는 것이 확실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 천마마련에 공식적으로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초하벽공자와의 혼약은 깨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여기 있는 풍운님과 혼인하기로 약조했기 때문입니다.”
“웅성..........웅성............웅성.”

무사들은 갑작스러운 소하의 선언에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며 한쪽에 있는 초하벽을 살펴본다. 초하벽은 무사들의 시선이 거북해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무사들은 자신을 초벽하가 아닌 초하벽으로 알고 있다. 언제까지 오빠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할까? 벽하는 가슴이 답답하다. 무사들은 할말들이 많은지 자기들 끼리 웅성거리고 있었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이제 마수마랑님의 자격에 대해서 할말들이 없겠죠. 이제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마수마랑 외에 다른 도전자가 있으면 비무대위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장로의 말에 소하는 비무대에서 내려갔다. 장내에 모여 있는 무사들의 시선이 십대사왕 옆에 앉아있는 지옥일룡과 혈영검에게 향했다. 당연히 지옥일룡과 혈영검이 도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옥일룡은 무사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빌어먹을~........변화라는 것이 이거군.”

혈영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사천교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아니다. 무조건 공녀편을 들어라. 만일에 그때도 헛짓거리를 하면 그때는 정말 내 손에 죽는다. 이건 마지막 경고다. 알아들어’

혈영검의 머릿속에 풍운의 말이 맴돌았다.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다. 20년을 넘는 세월동안 오직 교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자신의 실력으로 풍운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막말로 재수(?) 없게 풍운이 사부님을 꺾고 교주가 된다고 가정해 보자. 안 그래도 미운털이 박힌 자신이다. 풍운이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면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혈영검은 힐긋 지옥일룡을 쳐다봤다.

지옥일룡의 마음도 복잡하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런데 막상 기회가 왔는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마수마랑이라는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옥일룡은 한숨을 쉬고 장내를 둘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무사들의 시선이 지옥일룡에게 집중된다.

“저는 도전을 포기하겠습니다.”
“웅성..........웅성...........웅성”

지옥일룡은 짧게 말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시세를 아는 자가 준결(俊傑)이라고 했고 오르지 못한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는 2인자인 모양이다. 여기서 욕심을 부린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흔들릴 수 있다. 분하고 속상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분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혈영검은 지옥일룡의 말을 듣고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아아아아~” 

무사들의 함성이 터진다. 일반 무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혈영검이기 때문에 그가 나서자 함성이 터진 것이다. 지옥일룡은 포기했어도 혈영검만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옥일룡보다 혈영검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리고 지옥일룡보다 지지기반이 미약한 혈영검에게 이번 기회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도 사형과 마찬가지로 도전을 포기하겠습니다.”

혈영검의 말에 주위가 찬물을 끼얹진 듯 조용해졌다. 지옥일룡에 이어 혈영검까지 도전을 포기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교주님의 제자들이 모두 도전을 포기하다니.......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들었어. 지옥일룡님에 이어 혈영검님까지 도전을 포기한데........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바보야. 교주님이 어떤 분이야. 무림에 전설로 통하는 우내십기 중 한분이다. 지옥일룡님이나 혈영검님이 아무리 뛰어나도 교주님께는 안돼. 상대가 안 된다는 말이야.”
“그래도 마수마랑은 도전하잖아. 잘못해서 저놈이 교주님을 이기면 어떻게.”
“말도 안돼. 저렇게 새파랗게 젊은 놈이 어떻게 교주님을 이기니.”
“하긴 그렇다. 그래도 지옥일룡님이나 혈영검님이 도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 의외잖아.”
“돼지도 않은 일에 공연히 힘 뺄 필요는 없잖아.”
“쩝~ 혈영검님의 무공을 견식해 보고 싶었는데 아깝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무사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자~ 모두 조용히 하세요. 지금부터 일각 안에 도전자가 나서지 않으면 더 이상 도전자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마수마랑과 교주님의 비무를 시작하겠습니다.”

장로의 말에 무사들은 서로 눈치만 본다. 지옥일룡이나 혈영검까지 비무를 포기한 마당에 누가 감히 나서겠는가? 일각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났습니다..........음풍수사 장로님께서 교주님을 모셔오세요.”

혈장장로의 말에 대나무처럼 마른 노인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주의 처소로 달려갔다. 풍운이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사인마도가 천마행공(天魔行空)의 경신술을 발휘하며 비무대을 향해 날아온다. 장내에 모여 있던 무사들은 사인마도을 보고 함성을 지른다. 

풍운은 비무대 위에 사뿐히 내려온 사인마도를 바라보니 그의 품에 거대한 도를 안고 있었다. 바로 애병인 환우제일마도인 모양이다. 사인마도는 장내를 한번 돌아보다가 지옥일룡과 혈영검을 쳐다본다. 지옥일룡과 혈영검이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섭섭했던 모양이다. 

“못난 놈들~” 

사인마도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풍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얀 무복을 말끔하게 차려있는 풍운은 호수처럼 맑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인마도는 풍운과 자신의 제자들과 비교하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떤 놈은 너무나 당당하게 도전하는데.........자신의 제자라는 놈들은 쥐새끼들처럼 숨어(?)있기 때문이다. 사인마도는 마음을 갈라 앉히고 풍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놈이다. 비무를 눈앞에 둔 녀석에게 미세한 살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생사가 걸린 대결을 눈앞에 둔 무사라면 당연히 팽팽한 긴장감과 예기가 느껴져야 정상 아닌가? 더구나 비무을 하겠다는 놈이 무기도 들고 오지 않았다.

“자네는 맨손으로 날 상대하겠다는 건가?”
“아닙니다. 저도 무기가 있어야겠죠.”

풍운은 장내를 돌아보더니 비무대 겉에 있던 무사에게 다가갔다. 

“도를 잠시만 빌려주시겠어요.”

무사는 풍운의 황당한 부탁에 잠시 망설이다가 주위에 있는 다른 무사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들고 있던 도(刀)를 풍운에게 내밀었다. 풍운은 도를 들고 다시 사인마도와 마주셨다. 사인마도는 풍운의 행동에 어의가 없었다. 남의 무기를 빌려 비무를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무사에게 무기란 제2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가끔 신병이기 때문에 무림에 천지풍파(天地風波)가 일어나는 것도 무기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비무를 앞둔 풍운이라는 놈은 자기 손에 맞지도 않은 남의 무기를 빌려 자신과 대결하려 하고 있다.

“그걸로 날 상대하겠다는 말인가?”
“예~ 사사무량도법을 사용할 겁니다.”
“뭐라~ 사사무량도법?...........하하하~ 기가 막히는 군. 남의 무기에 이제는 사사무량도법이라.............자네는 사사무량도법이 어떤 무공인지 알고 있나.”
“장인어른의 독문신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아는군. 그런데도 사사무량도법으로 나에게 도전하겠다는 말인가?”
“예!..........물론 제가 익히고 있는 수라마령신공이나 음양도라는 무공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사천교의 무공으로 장인어른과의 비무에서 승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좋은 기상(氣像)이로군.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바라네. 그리고 미리 이야기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할 거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알고 있습니다.”
“좋아 시작해 보세.”

사인마도는 도를 빼내고 자세를 잡으니 풍운도 도를 빼내 밑으로 늘어트리며 사인마도를 응시했다. 드디어 우내십기 중 한명이 사인마도와 풍운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풍운이 몸속에 꿈틀거리는 사기(邪氣)을 끌어올리니 몸에서 검은 연무가 피어나며 풍운의 모습이 흐릿해 진다. 사인마도는 풍운의 모습을 보며 번개처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지만 사사연무심공의 존재를 사인마도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풍운의 모습은 사사연무심공이 극성에 이르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설마 풍운이 사사연무심공을 극성까지 익혔단 말인가? 말이 안된다. 설혹 사황동에 있었다는 사황경에 사사연무심공이 있었다고 치자. 하지만 어떻게 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사연무심공을 극성까지 익힐 수 있단 말인가? 

“자네...........혹시 사사연무심공까지 익힌 건가?”
“익힌 것이 아니라 사사천황님께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서.......선물?..........그게 무슨 뜻이지.”
“사사천황님은 사황동에 사사연무심공의 정화를 모아놓으셨더군요. 저는 사황님이 모아놓은 사사연무심공의 정화를 흡입함으로 사사연무심공을 익히게 된 겁니다.”
“그........그게 가능한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거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제가 사사연무심공을 익혀 극사지경(極邪之境)에 들었다는 겁니다.”
“극사지경? 전설로 전해지는 극사지경을 말하는 건가?”
“예~ 의심스러우면 직접 확인해 보시죠.”
“하하하~ 좋아...........아주 좋아. 극사지경이란 말이지? 과연 자네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면 알겠지. 자네도 준비하게.”

사인마도는 잡념을 떨치고 도에 정신을 집중한다. 극사지경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베어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모든 대결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상대방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의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비무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상대방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흔들리지 않은 부동심(不動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풍운은 사인마도를 주시하며 서서히 도를 끌어올린다. 상대는 평생 동안 도를 수련한 사람이다. 고수들의 대결에서 작은 빈틈은 바로 패배를 의미한다. 작은 실수가 생사를 가른다는 말이다. 자신이 아무리 사사무량도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평생 동안 수련한 상대보다는 빈틈이 많을 것이다. 풍운은 도에 사기를 집중한다. 자신의 비틈이 발견되기 전에 선공(先攻)을 선택한 것이다.

“섬(閃)~” 

풍운의 입에서 짤막한 외침과 함께 들고 있던 도에서 도광(刀光)이 피어나면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은 속도로 사인마도의 전중혈(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깡~ 천지혈세.” 

사인마도가 풍운의 도를 막는 것과 동시에 도를 뿌리니 환우제일마도에서 엄청난 도기(刀氣)가 피어나 풍운의 전신을 공격한다. 풍운은 자신에게 향해 비 오듯 솟아지는 도기들을 바라보며 사기(邪氣)을 극성으로 끌어올린다.

“환(幻)~”

풍운의 도에서 검은 연기가 일어나더니 연기들이 무수한 도영(刀影)들로 변해 사인마도가 만들어낸 도기 사이로 파고든다. 

“깡~ 깡~ 까가가가가깡~” 

도와 도가 부디 치며 불꽃이 피어난다. 사인마도의 도와 풍운의 도가 만들어낸 장관이다.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사인마도의 품속으로 파고들면 다음 초식을 전개했다.

“붕(崩)” 

풍운의 도가 굼벵이처럼 느린 속도로 사인마도의 중정혈(배)을 향해 날아간다. 

소하는 손에 땀을 쥐고 풍운과 아버지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명은 정인이며, 한명은 아버지다. 누굴 응원해야하지 모르겠다. 둘 다 무사히 비무가 끝나기만 바랄뿐이다. 아버지의 환우제일마도에서 화려한 도영들이 피어나 풍운을 전신을 공격한다. 사사무량도법의 천지혈세라도 절초가 펼쳐진 것이다. 곧이어 풍운의 도에서도 검은 도영들이 피어나 허공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한번의 격돌이 끝난 모양이다. 그때 갑자기 풍운이 아버지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아버지의 전중혈(배)을 공격했다. 소하는 눈을 감아버린다. 더 이상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인마도는 배를 향해 날아오는 풍운의 도를 보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짜릿한 살기를 느낀다. 풍운의 도가 한없이 느리게 보이지만 그 속에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사인마도는 환우제일마도에 모든 내공을 집중하며 풍운의 도를 맞받아친다. 공격을 피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깡~~~~” 
“욱~~~” 
“음~~~”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짤막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풍운은 뒤로 물러나 입술을 깨물고 들고 있던 도를 보고 있었다. 도가 부려졌기 때문이다. 

“휴~ 유~.............도가 부려졌군. 다른 무기로 준비하게”

사인마도의 말에 풍운이 쓰게 웃으며 사인마도를 바라본다. 사인마도는 처음 위치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하겠습니다.”
“부려진 도를 가지고 비무를 하겠다는 건가?”
“예~ 굳이 도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준비하시죠.”

풍운은 사기(邪氣)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부러진 도를 가슴 앞에 세운다. 사사무량도법의 후 삼초 중 도령(刀零)의 기수식이다. 사인마도는 가슴이 답답했다. 풍운의 붕도를 힘으로 받아쳤기 때문에 기혈이 엉킨 모양이다. 더구나 지금 풍운이 태산 같은 기도로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 풍운의 기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망망대해(茫茫大海)처럼 잔잔하며 폭풍전야(暴風前夜)처럼 고요하다. 평소에는 닭목가지 하나 비틀지 못할 정도로 빈약하게만 보이던 풍운에게 자신을 압도하는 기도가 숨어있을 줄도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이제 풍운의 모습은 마치 뿌연 연기처럼 형제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바로 사사연무심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인마도는 형체도 없는 적을 상대하는 기분이다. 풍운의 도가 서서히 움직인다. 사사천황이 남긴 사사무령도법의 후삼초가 펼쳐지는 것이다.

“도(刀)~~~ 령(零)~” 

풍운이 도를 한바퀴 회전하여 머리위로 올리자 도에서 검은 기운이 뭉클거리며 피어나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검은 기운들이 불꽃놀이를 하듯 한순간에 터며 수많은 도영(刀影)들이 사인마도를 향해 비 오듯 솟아진다. 사인마도는 하늘에서 솟아지는 도영(刀影)들을 보고 환우제일마도를 풍차처럼 돌려 도막(刀幕)을 치며 풍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처음으로 사인마도가 움직인 것이다. 

“깡~ 깡~ 깡~”
“윽~”

사인마도의 주위에 불꽃이 피어나 사방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사인마도가 도영들을 모두 피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호구환” 

사인마도의 도가 빠르게 회전하며 풍운의 심장을 향해 날아온다. 검은 연기에 쌓인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사인마도의 도를 피하며 뒤쪽으로 물려났다. 

“이것도 받아라..........연호파파” 

사인마도의 도가 변화를 일으키며 엄청난 양의 도기(刀氣)을 뿌린다. 하지만 풍운은 미꾸라지처럼 칠성둔형의 신법을 사인마도의 도를 피해버린다. 풍운이 사사무량도법의 검로(劍路) 대해 환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환(幻), 붕(崩)” 

피하지만 하던 풍운이 다시 공격을 시작하니 도에서 엄청난 양의 도기가 뿌려지며 사인마도의 전신을 공격한다. 사인마도의 환우제일마도가 팽이처럼 돌아가며 풍운이 만들어낸 도영 사이를 파고든다. 하지만 첫 번째 환도(幻刀)는 사인마도를 현혹시키기 위한 허초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도막(刀幕)” 
“꽝아아앙~”

풍운의 도와 환우제일마도가 부디 치며 허공에서 엄청난 폭음소리가 터지며 비무대 한쪽이 부셔져 나간다. 검은 연무에 쌓인 풍운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고, 사인마도는 가슴을 부여잡고 피를 한 모금 토해 낸다. 풍운의 연속 공격에 속이 진탕되며 기혈이 역유한 모양이다. 

소하가 벌떡 일어났다. 아버지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벽하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하의 손을 잡았다.

“앉아.........아직 끝나지 않았어.”
“말려야 해.........아버님이 위험해.”
“바보야. 아버님을 성격을 몰라. 여기서 물려날 분이 아니야.”
“그.........그건 나도 알지만...........”
“기다려~ 이제 곧 끝날 거야.”

소하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는다. 벽하의 말대로 아버님의 성격상 여기서 물려날 분이 아니다. 비무대 주위에 있던 무사들도 하나둘 비무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반 무사들이 보기에 사인마도와 풍운의 비무은 인간들의 대결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검은 연무에 쌓인 인영과 간간이 보이는 하얀 인영뿐이다. 그리고 풍운의 도에서 발산되는 검은 도영과 사인마도의 도에서 발산되는 하얀 도영만이 보이는 것이다.

“그만 하시죠.”

풍운의 말에 사인마도는 입술을 깨물더니 소매로 피를 닫고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는다.

“이제 보니 자네는 사사무령도법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군.”
“몸으로 익히지는 않았지만 머리로는 모두 이해했습니다.”
“사황동에서 배운 건가?”
“예~ 사사천황님이 남기신 사황경에서 배웠습니다.”
“삼일 만에 사사무량도법을 익혔다........기가 막히는 군........좋아~ 눈앞에 증거가 있으니 믿어야겠지. 그런데 사사무령도법에 환(幻)이나 섬(閃)같은 초식이 있었던가?”
“제가 무량도법의 정수만 모아서 새롭게 만든 초식들입니다.”
“허허~ 이거야 원~ 그럼 방금 펼친 도령이라는 초식도 자네가 창안한 무공이란 말인가?”
“그건 아닙니다. 사사천황님은 설비에 사사무량도법의 후 삼초를 남기셨습니다. 그중에서 제1초식이 도령이라는 초식입니다.”
“설비에 사사무량도법의 후 삼초가 있었다는 말인가?”
“예~ 설비는 사황동에 들 수 있는 연쇄일 뿐만 아니라 표면에 사사무량도법의 후 삼초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게 설비의 비밀이었죠.”
“역시 보물은 주인이 정해져 있는 모양이군. 그래도 남이 아니라 자네가 얻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그건 그렇고.........조금 전에 후 삼초라고 했으니........아직도 2초가 남았다는 말이군.”
“2초가 남기는 했지만 저도 제2초식인 도환(刀環)까지 밖에 익히지 못했습니다.......후 삼초는 제1초 도령, 제2초 도환, 제3초 도광........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환..........도광이라.......좋아. 일단 제2초인 도환을 보여주게.......나도 최선을 다하겠네.”
“끝까지 보셔야 합니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죽음을 두려와 한다면 어찌 무사라고 할 수 있겠나. 그리고 새로운 도의 경지를 볼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餘恨)이 없을 거네.”
“좋습니다. 그럼 보여드리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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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향(睿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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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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