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餘裕)/비움과 채움

미소 (le sourire)

양해천 2024. 8. 15. 10:05

  
  미소 (le sourire)

어린 왕자’라는 아름다운 책을 쓴 '안톤 드 생떽쥐베리'는 (1900-1944) 나치 독일에 대항해서 전투기 조종사로 제2차세계대전 전투에 참가했었다. 그는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미소(le sourire)"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그 소설에 다음과 같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전투 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다음 날 처형될 것이 분명하였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으며 그 고통을 참기가 어려웠다.

나는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한 개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손이 떨려서 그것을 겨우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에게 모두 빼앗겨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나에게 곁눈질도 주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할 간수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간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리고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하고 말을 걸었다. 간수는 의외라는듯 나를 쳐다보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가까이 다가와 담뱃불을 붙여주려 하였다.

그가 성냥을 켜는 사이 나와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무심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미소를 짓는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 속에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의 미소가 창살을 넘어가 간수를 변화시켰고, 그의 입술에도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준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 눈을 바라보면서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또한 그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가 단순히 간수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인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속에도 그러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나는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나의 가족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기 아이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자신의 향후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등을 애기했다.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과 내 자식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게 될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나를 감옥문 밖으로 끌어냈다. 나는 느닷없이 감옥문을 빠져나오게 되었고, 그는 감옥 뒷길로 해서 나를 마을 밖에까지 안내해 주었다. 그런 후 그는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뒤돌아서 감옥이 있는 마을로 급히 돌아갔다. 한 번의 미소가 나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다.

웃으며 쳐다보는 하늘은 언제나 찬란하고 들풀마저 싱그러움을 더해 준다.
"미소로 가득한 얼굴의 사람을 만나면 즐거움이 더해지고 그 순간 사는 맛을 느끼게 한다!"

사는 맛을 증폭시키는 양념이 미소입니다. 인생은 메마른 삶이지만 짜증날 때마다 세상을 향해 미소지으며 세상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미소를 보내면 대개 상대방의 미소가 메아리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순간, 당신의 미소로 인해 곱고 아름답게 변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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