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餘裕)/인체의 신비

기억을 만드는 해마

양해천 2019. 3. 12. 14:09

기억을 만드는 해마

자료출처 : 브레인월드 http://brain.brainworld.com/front/page/BrainKeek/Hippocampus.aspx?menu=0&category=Keek

해마는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측두엽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해마는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기능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이 진행될 때 가장 먼저 손상되는 곳이 해마이다. 그래서 해마가 상대적으로 큰 사람은 치매가 진행돼도 기억력이 감퇴하는 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또 평소에 뭔가를 잘 잊어버리는 사람은 해마가 상대적으로 작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뇌의 가소성

1998년 미국 솔크 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교수 연구팀은 성인의 뇌 특정 부분에서 수는 적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전까지는 나이가 들수록 뇌의 신경세포가 감소한다고 생각했으나, 운동을 꾸준히 하면 해마 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뿐 아니라 늙은 신경세포 간에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지고,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 세포에 더 많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뇌 기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하고 있다. 또한 뇌 신경망을 만드는 ‘뇌 유리 신경 성장 인자(BDNF : Brain Derived Neurotropic Factor)’ 생성도 증가시켜 뇌의 지적 능력이 더 향상된다고 한다.

기억과정

기억이 만들어지려면 우선 감각기관으로 정보가 들어와야 한다. 즉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접촉하는 등의 감각 정보가 뇌로 들어오고, 이 정보들이 서로 조합돼 하나의 기억이 만들어진다. 이후부터는 해마가 본격적으로 기억 활동을 맡는다.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해마가 단기간 저장하고 있다가 이를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삭제한다. 기억을 형성하는 정보의 이동은 주로 밤에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학습이나 업무 능률을 올리려면 밤에 정보처리가 잘 일어나도록 잠을 푹 자는 것이 좋다.

공간기억

학습과 기억 기능을 수행하는 해마는 특히 공간 기억에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공간 기억과 해마의 관계를 보여주는 한 실험을 보자. 영국의 신경과학자들은 16명의 런던 택시 운전기사들의 뇌를 검사해서 다른 집단의 뇌와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대도시 런던의 복잡한 도로 지도가 작은 골목까지 상세하게 입력돼 있는 택시 운전기사들의 뇌에서 공통적으로 매우 커다란 해마가 발견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택시 운전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해마의 크기가 더 크다는 점이었다.

옛 기억만 남은 뇌

심한 간질을 앓던 H.M.이라는 남자 환자는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해마와 편도체를 포함한 양쪽 측두엽 부위를 절개했다. 수술 결과 간질 치료는 성공적이었지만 H.M.의 기억 기능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H.M.은 지능도 평균 이상이고, 성격도 정상이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수술 이후의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했다.

가령 그와 만나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다 할지라도 이후에 다시 만나면 그는 상대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수술 이전 상황에 대한 기억은 모두 정상이고, 약 20초정도 지속되는 단기 기억도 정상적이었다. 다만 수술 이후 경험하는 새로운 상황들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었다. H.M.을 통해 우리는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게 되었다.

과음하면 ‘필름이 끊기는’ 이유

술을 마시다가 어느 순간부터 술이 깰 때까지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필름이 끊겼다’고 한다. 이는 알코올의 독소가 뇌에서 기억의 입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작용을 방해하여 기억정보가 입력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알코올은 해마의 글루탐산성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기억을 방해한다. 그러나 뇌의 다른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다. 단지 그 순간의 기억만 사라지는 것이다.한 해에 두 차례 이상 필름이 끊기면 의학적으로는 넓은 의미의 알코올 중독에 해당한다.

명상과 해마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생리학자 사라 라자르 박사팀은 명상 치료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실험을 위해 16명의 참가자들의 뇌 구조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해 관찰한 후, 매사추세츠 대학 명상센터에서 8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8주 뒤 연구진이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의 뇌 구조를 분석한 결과,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자기 인식, 열정, 자기성찰 기능과 관련된 해마에서 회색 물질의 밀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글·강윤정. 일러스트레이션·차귀령. 뇌교육 매거진 <브레인>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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