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餘裕)/비움과 채움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

양해천 2023. 12. 3. 18:39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
( why life is beautiful )

어느 날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결정해야 하는 일 이었기에 출발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동네 커피점에  들어가 카페라테 한잔을 주문하여
들고 나오던 중 유리문에 살짝 부딪혔다.

순간 종이 컵 뚜껑이 제대로 안 닫혔던지 커피가 반쯤  
쏟아져 버렸다.

나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 화를 내었다.

“뚜껑 하나 제대로 못 닫아 커피를 반이나 쏟게 하느냐?”

종이컵 뚜껑을 잘못 닫은 그 청년직원은 어눌하게 말을 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때 커피 나왔다는 신호의 진동 벨이 앞좌석에서 울렸다.

앞좌석의 그 아주머니가 커피를 받아서 내게 건네며,  
하는 말.

“카페라테예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늘 남겨요.

그거 제가  마실께요?
우리 바꿔 마셔요.”

난 그 아주머니가 손에 쥐여 준 그 분 몫의 카페라테를  들고, 도망치듯  나왔다.
너무 부끄러웠다.

커피 집에 들를 때마다 문득 문득 그때 커피 전문점 에서의 상황이 마음속에 늘 그늘로 남아 있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가끔 들르는 그 커피 집에는 낯선 청년이 새로 와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행동이 느리고 말이 어눌했다.

순간 그 청년을 채용 해 준 회사가 몹시 고마웠다.

그건  단순히 취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눈부신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빼앗은  또 한 사람. 40代 아주머니 한 분이 구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는 걸 직감 했다.

그  아주머니는 오직 한 사람만 보고  있었다.
아주 애틋하고 절절한 눈빛으로~^
청년의 어머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발달 장애인 아들의 첫 직장에서 그 아들을 지켜보는 심정이 어떨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흐뭇하고, 감사하고,  참으로  다양한 감정
의 소용돌이에서 눈물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순간 나는 그 아주머니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저 여기 단골인데요...!  
아무 걱정  마세요.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 다 착하고  좋아요,  
아드님도 잘  할 거예요.”

그  아주머니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걸 보고 나도 울컥했다.

삶이  아름다운 건  서로  어깨를 내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문의  사람 인 (人)자 처럼.~^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몫인 온전한 카페라테를 내어 준 아주머니.

코로나 19로 인해 몇 개월간 집에 못 들어가서 보고 싶은 어린 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도 울지 않는 간호사.

화재현장에서 부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소방관 아저씨.

장사 안 되는 동네 입구  과일 가게에서  사과를 살 때  제일 볼품  없는 것만  골라 넣는 퇴근길의  영이 아버지.

마스크를  서너 개씩  여분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마스크를 안 쓴  사람에게 말없이 내미는 준호  할머니.

이렇듯 참으로 많은 보통 사람들이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얼마나 더 감사하고, 베풀며, 살아 갈 수  있을까?

남은 인생 나는 얼마나 자주 내 어깨를 내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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