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餘裕)/비움과 채움

진실추구자의 자세

양해천 2024. 2. 17. 09:17

■ 진실추구자의 자세

지금으로부터 400년 조금 넘는 과거에 이 땅에서 일생을 마감한 선비 한 분이 계셨는데 이런 글귀를 남겼다고 합니다.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 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 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 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 우신지)

오동 거문고는 천년을 묵어도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 변치 않고,

버드나무는 백번 꺾여도 새 가지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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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서 한문을 잘 가르치지 않는 요즘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에 담긴 뜻이 고결하다 하여 지금도 한문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애송되고 있습니다.

많이 배운 지식인들이나 준수한 외모에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명사들이 부귀와 명예에 맛들이면 종종 타락하듯이 어려운 처지에서 진실을 추구하던 사람들도 커다란 유혹이나 위협에 노출된 뒤로는 초심을 잊는 경우가 허다하니 수신제가에 노력해야 할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