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餘裕)/일상의 여백(餘白)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양해천 2020. 7. 18. 02:41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책을 백번 읽으면 그 뜻은 저절로 알게 된다.

○ 讀(읽을 독) 書(글 서) 百(일백 백) 遍(두루 편) 義(옳을 의) 自(스스로 자) 見(뵈올 현, 볼 견) 
 
뜻이 어려운 글도 자꾸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됨. 좋은 책을 읽으면 옛 현인과도 벗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이 孟子(맹자)의 讀書尙友(독서상우)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한 데카르트의 말과 똑 같다.

독서의 유익함에 대한 성어는 부지기수고 이 난에서도 다수 소개했다.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것, 밤낮으로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열심히 읽는 태도, 독서의 이득에 대한 깨우침 등등이다. 책을 펴기만 하면 졸린다고 머리카락을 매달고 넓적다리를 찔러가며 읽었다는 懸頭刺股(현두자고) 못지않게 수도 없이 반복하면 뜻을 알 수 있다는 이 성어도 유명하다.  
 
글을 여러 번 계속해서 읽으면(讀書百遍)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義自見)는 이 성어는 학문을 열심히 닦게 되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는 뜻이다.

後漢(후한) 말기 魏(위)나라에 董遇(동우)라는 학자가 있었다. 겨울과 밤과 비 올 때를 가리키며 책 읽기에 좋은 세 가지의 여유 있는 시간이란 뜻의 三餘讀書(삼여독서) 고사의 주인공이다. 빈한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배우기를 좋아하여 조용히 농사지으면서 책을 읽었다. 뜻을 알 수 없는 책도 읽고 또 읽어 결국 문리를 터득했고 문장도 탁월했다. 
 
소문이 나자 벼슬자리에 나아가 獻帝(헌제)의 글공부 상대가 되었고 위 明帝(명제) 때에는 侍中(시중) 자리까지 올랐다. 고위직에 오른 뒤에도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아 老子(노자)와 左傳(좌전)의 주석서를 만들어 문명을 떨쳤다. 동우의 명성이 높아지자 많은 사람이 그에게 글을 배우겠다고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선뜻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들에게 당부한다.

‘마땅히 먼저 백 번을 읽어야 한다.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
(必當先讀百遍 言讀書百遍而意自見
 필당선독백편 언독서백편이의자현).’

이 이야기는 ‘三國志(삼국지)’ 魏書(위서) 王肅傳注(왕숙전주)에 실려 있다. 
 
朱子(주자)도 ‘訓學齋規(훈학재규)’에서

‘책은 다만 읽는 것이 귀한 것이다.
 많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書只貴讀 讀多自然曉
  서지귀독 독다자연효)’

라 하면서 동우의 이 말을 인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