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숙맥이라 한다.
*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다.
*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확연히
다른 곡물인데,
*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분별해 내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
이처럼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쑥맥!'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
菽麥
(숙맥)은
'콩과 보리'라는 의미를 지닌
고사성어로,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준말이다.
*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
종종
'쑥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첫 발음에
강세가 들어가서
그런 탓일게다.
*
숙맥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콩과 보리뿐이겠는가?
*
상식과 비정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과 평상어를
구별하지 못하고,
옳은 것과
그릇된 것을
구별하지
못하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
해를 보고
달이라 하고,
달을 보고
해라고 하면,
낮과 밤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
진시황제가
죽고
2세
호해(胡)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의 곁에는
환관인 조고가
있었다.
*
간신 조고는
진시황제의
가장 우둔한 아들인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고
자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했다.
*
조고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조정 신하들의 마음을
시험하기로 한다.
*
그는
신하들을
모두 모아놓고
사슴(鹿)을
호해에게 바치며
말(馬)이라고
했다.
*
호해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
라고 하자,
*
조고는
신하들에게
물어보자고 했다.
*
신하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한 부류는
침묵파였다.
*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잘못 말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침묵을 선택한
[기회주의파] 부류였다.
*
또 한 부류는
[사슴파]였다.
분명
말이 아니었기에
목숨을 걸고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대답한
충신파 신하들이었다.
*
마지막 한 부류는
[숙맥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슴이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
사슴과 말도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이 되기를
선택한
간신파
똘마니들이었다.
*
그리하여
숙맥들만
살아남고
모든 신하는
죽임을 당했다.
*
바야흐로
숙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그러나
숙맥의 시대는
채 몇 년도
가지 못했다.
*
썩은 권력은
오래 갈 수가
없는 것이다.
*
더는
숙맥으로 살지 않겠다는
국민들이 봉기해
결국
진나라는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된다.
*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에서 전하는
"지록위마“
(指鹿爲馬)
에서 나오는
고사이다.
*
이성이 침묵하고,
거짓이 참이 되고,
변명이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숙맥의 시대라 한다.
*
이런 시대를
"숙맥의 난(亂)“
이라고 정의한다.
*
숙맥의 난맥상은
그 어떤 혼란의 시대보다
폐해가 크다.
충신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
상식은
몰락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도술(道術)이
성행한다.
*
이런 도술을
부리며
세상 사람들을 흘리는
도사들이
숙맥의 시대에는
주류가 된다.
*
혹세무민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능력으로
인정된다.
*
부패의 시대가
만연한 것이다.
숙맥파 교주들은
분별력을 잃은
숙맥들을 이끌고
허무맹랑
(虛無孟浪)한 말로
사람들을
부추겨
자신들의 잇속만
챙겨간다.
*
이미 좀비가 된
숙맥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교주들의 구호에 맞춰
절규하고
거품을 물고
욕을 해 댄다.
*
이념이
사람을 잡아먹고,
관념이
현실을 가린
숙맥의 난이
펼쳐지는 것이다.
*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숙맥의 난(亂)으로
들끓었다.
*
서양에는
르네상스가
동양에는
성리학이
이성(理性)을
기치로
숙맥의 난을
평정하려 했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혀
좌절됐다.
*
진실이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너무 과분한
이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 숙맥의 시대
現世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차 한잔의 여유(餘裕) > 비움과 채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심(力心)과 강심(强心) (0) | 2024.07.08 |
---|---|
덤벙 주초(柱礎) (0) | 2024.07.08 |
마음의 주인 (0) | 2024.07.08 |
滿招損(만초손) (0) | 2024.07.08 |
그냥 좋은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입니다 (0)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