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餘裕)/비움과 채움

두령

양해천 2017. 7. 12. 17:14

두령


옛날에....

어떤 나그네가 숲 속을 여행하다 큰 나무 밑에서 잠시 쉬고 있었소! 

그때 마침 한 무리의 원숭이 떼가 나그네가 등을 기댄 나무위로 건너와 놀기 시작했소! 

한참을 무심히 원숭이떼를 구경하던 나그네는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했소!

대개의 경우 무리의 우두머리는 가장 힘세고 큰 젊은 원숭이가 맡는 것인데 유독 그 무리의 우두머리는 늙고 체구도 작은 원숭이였소! 

그렇지만 그 어떤 크고 힘센 원숭이도 그 늙고 왜소한 우두머리에게 복종과 공경을 아끼지 않았소!

그 점이 너무 궁금한 나그네는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 며칠동안 그들 무리의 원숭이 떼를 관찰하기 시작했소

며칠 뒤 나그네는 그 이유를 차츰 차츰 알 수 있게 되었소!

그 무리의 원숭이들이 먹이를 구할 때면 가장 높고 가장 위험한 곳에 있는 과일은 언제나 그 왜소한 우두머리 원숭이가 따서 다른 원숭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고 다른 무리들의 원숭이 떼들과 싸움이 일어날 때면 그 우두머리 원숭이는 항상 제일 앞에 서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싸웠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어미 원숭이가 다른 무리의 원숭이 떼에게 새끼를 빼앗겨 울부짖을 때 그 우두머리 원숭이는 홀홀단신으로 뛰어들어 피투성이가 된 채 새끼를 구해와 어미에게 돌려주었소 

그렇게 상처를 입은 후 더 이상 무리를 이끌 수 없게 되자 그 우두머리 원숭이는 날이 밝기 전 아무도 몰래 무리 곁에서 사라져 다시는 그 무리들 속에 보이지 않았소!

사람이든 짐승이든 우두머리의 길이란 마찬가지라 생각하오! 

누가 옳고 누가 그런지 이젠 정말 모르겠소! 

난 단지 진정한 우두머리의 자격이 있는 사람을 따르려 할 뿐이오!

- 월인 저  '두령'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