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뿌리를 찾아서)/부도지(符都誌)

제5장(第五章) - 지소씨의 '오미의 변'

양해천 2018. 1. 26. 13:27

* 제 5장(第五章) 

白巢氏之族 支巢氏 與諸人 往飮乳泉 
백소씨지족 지소씨 여제인 왕음유천 
人多泉少 讓於諸人 自不得飮而如是者五次 
인다천소 양어제인 자부득음이여시자오차 
乃歸而登巢 遂發飢惑而眩倒 耳嗚迷聲 
내귀이등소 수발기혹이현도 이오미성 
呑嘗五味 卽巢欄之蔓籬萄實 
탄상오미 즉소란지만리도실 
起而偸躍 此被其毒力故也 
기이투약 차피기독력고야 
乃降巢濶步而歌曰 
내강소활보이가왈 
浩蕩兮天地 我氣兮凌駕 
호탕혜천지 아기혜능가 
是何道兮 萄實之力 
시하도혜 도실지력 
衆皆疑之 支巢氏曰眞佳 
중개의지 지소씨왈진가 
諸人 奇而食之 果若其言 
제인 기이식지 과약기언 
於是 諸族之食萄實者多 
어시 제족지식도실자다 


백소씨족(白巢氏族)의 지소(支巢)씨가, 
여러 사람과 함께 젖을 마시려고 유천(乳泉)에 갔는데,1) 

사람은 많고 샘은 작으므로, 
여러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마시지 못하였다. 
이렇게 하기를 다섯 차례나 되었다. 

곧 돌아와 소(巢)에 오르니2), 배가 고파 어지러워 쓰러졌다. 
귀에는 희미한 소리가 울렸다. 
오미(五味)를 맛보니3), 바로 소(巢)의 난간의 넝쿨에 달린 포도열매였다. 

일어나 펄쩍 뛰었다. 
그 독력(毒力)의 피해 때문이었다. 

곧 소(巢)의 난간에서 내려와 걸으면서 노래하기를, 
‘넓고도 크구나 천지여! 내 기운이 능가한다. 
이 어찌 도(道)인가! 포도의 힘이로다.‘ 라고 하였다.4) 

모든 사람들이 다 지소씨의 말을 의심하였다. 
지소씨가 참으로 좋다고 하므로, 
여러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고, 포도를 많이 먹었다. 

과연 그 말과 같았다. 
이에 제족이 포도를 많이 먹었다. 

* 해설 

1) 유천(乳泉)의 지유(地乳) : 
처음에는 오로지 지유(地乳), 즉 기(氣)만 가지고 자급자족을 했는데, 
자급자족이 안 되는 부분이 생겨났고 그래서 인간의 몸은 다른 것을 먹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은 마치 기독교의 창세기에 있는 금단의 열매인 사과처럼 무언가를 먹어야 되는 상황,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이유? 
이 상황이 ‘성(性)’이고, 이른바 ‘생식(生殖)’인 것이다. 
‘성(性)’으로부터 ‘식(食)’이 생겨나고, ‘식(食)’으로부터 ‘잠’이 생겨났는데, 
이른바 ‘지소씨’에 의한 ‘오미(五味)의 난’이라고 표현을 한 것이다. 

2) 소(巢) : 문 없는 집과 문 있는 집 
궁과 소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모두 ‘집’이다. 
그러나 같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궁과 소를 나누는 이유가 있는데 그 기준은 문에 있다. 
문이 있는 집을 일러서 ‘궁(穹)’이라 하고 문이 없는 집을 일러서 ‘소(巢)’라고 한다. 

3) 탄상오미(呑嘗五味) : 오미(五味)의 독(毒)을 취하다 
오미(五味)의 독(毒)은 소 난간에 있는 잘 익은 ‘포도’였다. 
왜 하필이면 포도인가? 
이는 포도만큼 오미를 완벽하게 갖춘 식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흔히 접할 수 있는 ‘포도’가 아니다. 

4) 毒力 : 포도 독의 힘 
인간은 마침내 지유로 자급자족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오미를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하게되었다. 
타생을 함으로 인간이 천성을 잃고 짐승의 형상을 가지게 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