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뿌리를 찾아서)/부도지(符都誌)

징심록추기(澄心錄追記) 제4장(第四章) 관설당(觀雪堂)을 칭송함

양해천 2018. 1. 26. 14:14

[원문] 

第四章 

念煙景者 塵世之風景 
념연경자 진세지풍경 
客心者 自我之雜念 
객심자 자아지잡념 
煙塵雜念 彼此流落 
연진잡념 피차유락 
無一點殘滓則唯存者 淸秋澄江之本原而已 
무일점잔재칙유존자 청추징강지본원이이 
然後 堅白石之古今證理 難通者 
연후 견백석지고금증리 난통자 
坐對澄江而莫說憂愁 
좌대징강이막설우수 
其所謂坐對澄江者 徹底通觀之意也 
기소위좌대징강자 철저통관지의야 
又所謂莫說憂愁者 古今世人 執着於當面之局限 
우소위막설우수자 고금세인 집착어당면지국한 
未得於全體之通察 
미득어전체지통찰 
自紊致亂之意憂愁而愁之而深故 莫說也 
자문치란지의우수이수지이심고 막설야 
此一首詩 可以見公立於證覺之境地 憂愁人世之深切者也 
차일수시 가이견공입어증각지경지 우수인세지심절자야 
此事又見於公之稱號三變之間 
차사우견어공지칭호삼변지간 
初曰桃源者 必始祖王誕生處仙桃山之意也 
초왈도원자 필시조왕탄생처선도산지의야 
次曰石堂者 卽此黙識而通觀堅白之意也 
차왈석당자 즉차묵식이통관견백지의야 
三曰觀雪堂者 卽消融無餘證覺之盡處也 
삼왈관설당자 즉소융무여증각지진처야 
況其滅生立節 炎死化雪之奇遇躬行者乎 
황기멸생입절 염사화설지기우궁행자호 
然則澄心錄記述之本 根於古史 出於證覺者明也 
연칙징심록기술지본 근어고사 출어증각자명야 
其古史者 非但家傳而公在寶文殿伊飡十年之間 必得其詳矣 
기고사자 비단가전이공재보문전이손십년지간 필득기상의 

[해설] 

제4장 

가만히 생각하면 연경(아지랑이)은 티끌 같은 세상(塵世)1)의 풍조요, 
객심(客心, 나그네의 마음)은 자아(自我)의 잡념(雜念)이다. 

연기처럼 일어난 먼지(煙塵)2)와 잡념이 피차 떨어져 나가 
한 점의 찌꺼기도 없으니, 
오직 있는 것은 맑은 가을 징강(澄江)의 본원(本原) 뿐이다. 

그렇게 한 후에 견백석(堅白石)3)이 고금의 증리(證理)에 통하기 어려운 것을 
징강(澄江)을 대하고 앉아 근심을 말하지 않으니, 
소위 징강(澄江)을 대하고 앉는다는 것은 
철저하게 전체를 통하여 내려다본다(通觀)4)는 뜻이요, 

또 소위 근심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금(古今)의 세상사람들이 당면한 일에 집착(執着)하는 데 국한하고 

전체를 통찰하지 못하여 스스로 문란(紊亂)에 이른다는 뜻의 근심이요, 
그것을 슬퍼하는 것이 깊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한 수의 시(詩)는, 
가히 공(公)이 깊은 깨달음(證覺)의 경지에 서 있어, 
근심스러운 인간세상과 깊이 단절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일은 또 공(公)의 칭호가 세 번 변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처음에 호를 도원(桃源)이라 한 것은 
반드시 시조왕(始祖王) 탄생처(誕生處)인 선도산의 뜻이요, 

다음에 석당(石堂) 이라고 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견백(堅白)을 통찰한다는 뜻이요, 

세 번째로 관설당(觀雪堂)이라고 한 것은, 
즉 남김없이 녹아 없어져 깊은 깨달음을 다한 곳이라는 뜻이다. 

하물며 생명(生命)을 바쳐 절개를 세우고 
불에 타서 눈으로 변하는 기우(奇遇)6)를 몸소 실천한 분임에야. 

그러므로 징심록(澄心錄)을 쓴 근본(根本)이 
고사에 근거하여 증각자(證覺者)에게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그 고사는 비단 한 문중에 전해진 것만이 아니요, 
공(公)이 보문전(寶文殿)7) 이찬(伊飡)8) 10년(十年) 사이에 
반드시 그 상세한 것을 얻었을 것이다. 


[세부해설] 

1) 진세 : 티끌이 있는 세상. 곧 이세상을 가리킨다. 진속(塵俗) 

2) 연진 : 연기같이 일어나는 티끌 먼지. 세상속사(俗事) 

3) 견백(堅白石) : 중국 춘추전국시대 공손룡(公孫龍)이라는 사람이 내건 일종의 궤변. 
단단하고 흰 돌은 눈으로 보면 흰 것을 알수 있으나 단단한 것은 모르며, 
손으로 만지면 단단한 것만 알수 있을 뿐 흰줄은 모르므로, 단단한 것과 흰 것은 다르다는 이론. 
곧 억지를 써서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옮다 하며, 같은 것을 다르다고 하는 궤변. 

4) 통관 : 전체를 통하여 내다봄. 전체에 걸쳐서 한번 흝어봄 

5) 증각 : 깊이 깨달음 

6) 기우 : 이상한 인연으로 만남 

7) 보문전 : 동국열전에 박제상을 보문전 태학사에 임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8) 이찬 : 신라 때 17관등 가운데 둘째 위계. 진골이 하던 벼슬인데, 3대 유리왕 9년 서기 32년에 설치함